[한라칼럼]“이게 지방정부냐”

[한라칼럼]“이게 지방정부냐”
  • 입력 : 2016. 11.15(화)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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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는 탄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가 터졌을 때다. 도무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님을 개탄한 것이다. 때마침 문뜩 스치는 의문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게 지방자치단체냐"는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현재 밖으로 비치는 제주의 모습은 휘황찬란하다. 경제지표만 보면 실감날 것이다. 괄목성장이 따로 없다. 제주경제의 성장세는 눈이 부실 정도다. 경제규모를 종합적으로 비춰주는 지역총생산(GRDP)이 그대로 말해준다.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2006년)만 해도 지역총생산은 8조원에 그쳤다. 그게 2015년에는 15조원으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그야말로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특히 제주경제의 양대 산업중 하나인 관광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도 제주를 찾은 관광객 1000만명은 사상 최단기간인 8월 18일에 달성했다. 관광객 1000만명을 첫 돌파한 건 2013년 11월 28일이었다. 그 이듬해는 10월 21일에 이어 지난해는 10월 1일로 계속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는 다시 한달 보름 가량 앞당겼으니 얼마나 신명나는 일인가.

그런데 지금 제주의 몰골을 보면 그게 아니다. 급증하는 관광객과 계속 늘어나는 인구로 제주가 병들고 있다. 인구 규모는 도시 경쟁력은 물론 경제 활성화와 직결되는데 말이다. 이게 웬일인가. 제주엔 갈수록 어두운 그림자만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그 부작용이 한 두가지가 아니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제주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제주본부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간명하게 짚어냈다. 제주로 사람이 몰리면서 주택난·교통난·환경난 등 3난(難)을 불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은 곡소리가 날만큼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자고 나면 집값이며 땅값이 뛴다고 난리다. 교통환경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차량이 빠르게 늘면서 출퇴근 시간 가리지 않고 정체된다. 교통지옥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쓰레기 문제는 이미 과부하에 걸린지 오래다. 청정제주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에 오는 크루즈 관광객은 어떤가. 얼마전 100만명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분명 반길 일이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제주에 기여하는 낙수효과가 사실상 없다. 대기업 면세점만 배를 불리고 있다. 혈세로 그들이 버린 쓰레기나 치우고 있잖은가. 그래서 재주는 곰(제주)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대기업)이 챙긴다고 조롱하는 것이다.

치안상태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도내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 못잖게 외국인 범죄도 심상찮다.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범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관광객을 걱정하기 이전에 도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의 치안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중국인이 성당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겠는가. 살기 좋은 제주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

그렇다고 도민들의 삶이 나아졌느냐. 그게 아니니 더욱 문제다. 관광산업과 함께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1차산업은 악화일로다. 소득은 제자리를 맴도는데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잖은가. 개방의 여파로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들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자리 역시 시원찮다. 고용률은 전국 최고라지만 거의 단기 일용직이다. '고용의 질'이 최악이란 얘기다. 제주가 뭐 하나 나아진게 없다. 좋아지는 건 껍떼기에 불과한 성장뿐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도민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런 지경이 될 때까지 제주도는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게 지방정부냐"고 한탄하는 것이다.

<김병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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