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② 고산식물의 신비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② 고산식물의 신비
양배추만한 대형 種, 알고보니 한라산 정상에도 비슷한 식물이…
  • 입력 : 2017. 01.09(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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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알락 하이르한산 알타이분취 자생지. 한여름인데도 눈이 쌓여 있으며 꽃도 많이 피어 있다.

< 한라산 種의 기원 >


이번 탐사를 위해서 우리는 2016년 7월 1일 몽골에 도착했다. 여기에 도착한 것이 7월 4일이니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한지 4일이 걸렸다. 물론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자동차로 달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도 여러 곳에서 탐사활동을 했다. 초원, 습지, 사막, 바위산, 이런 곳을 통과했다.

알타이에 사는 민족들 식물 다양하게 이용
알타이분취, 한라산 분취종류와 유연관계


김찬수 박사

우리는 전날 밤 알타이 주도인 알타이시를 통과해 50㎞지점에서 야영을 한 터였다. 이 야영지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이곳에 도착한 때가 오후 4시 30분. 이제부터 해가 질 때까지만 이곳을 조사할 수 있다. 이곳의 일몰은 오후 9시 반이 넘어서 이곳에 도착하고 받은 첫 느낌은 '아, 정말 잘 왔구나'였다. 그런데 우리가 식물을 조사하는 광경을 한참 바라보고 있던 현지주민 티무르가 잡아끌었다. 한참을 올라간 끝에 크기 약 0.5~1m 정도 되는 자갈, 돌멩이, 어느 정도 크기의 바윗돌들로 되어 있는 돌밭을 마주하게 됐다. 여기에서도 아슬아슬하게 200여m를 더 가고 나서였다. '바로 이거!'하고 가리킨 건 양배추만한 식물이었다. 고산식물이라 하기엔 아주 대형이었다. 정말 신비롭기까지 했다. 다쉬 줌베렐마 박사(Dr. Dash Zumberelmaa)가 사우수레아 인볼류크라타(Saussurea involucrata)라고 했다. 사우수레아 도로고스타이스키(Saussurea dorogostaiskii)라는 학명으로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그녀는 언젠가 흡수굴 지역에서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 종이 알타이에 분포하며, 한라산에 자라고 있는 분취 속의 분취 종류와 유연관계가 깊은 점을 들어 우리나라 명칭을 알타이분취로 명명했다.

이 알타이분취(Saussurea involucrata)는 이곳 외에 중앙아시아의 고산지대에도 자라지만 개체 수가 아주 적은 국제적 멸종위기 종의 하나다.

왼쪽부터 한라산 정상에 자라는 은분취, 몽골에 자라는 초원분취, 알타이에 자라는 알타이분취. 알타이분취는 줌베렐마 박사가 다른 장소에서 찍은 것으로 꽃이 핀 모습. 알타이분취는 여러 개의 꽃가지들이 극단적으로 축약되어 마치 해바라기 같은 두상화서를 이룬다. 혹한에 적응하도록 진화한 형태로 보인다.

몽골에 분포하고 있는 국화과식물은 303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분취속 식물은 42종이다. 우리나라에는 국화과식물 290종, 그 중 분취속 식물은 34종이 알려져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표본실에는 은분취, 서덜취, 큰각시취, 버들분취, 한라분취, 구와취 등 6종이 있다. 이들은 모두 한라산 정상 근처에 자라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중 은분취(Saussurea gracilis)가 흔하다. 알타이분취는 언뜻 많이 달라 보인다.

여타의 분취속 식물들과 달리 이 종은 꽃차례가 산방꽃차례에 조밀하게 배열해 마치 해바라기 같은 두상화서처럼 된다. 2열의 컵 또는 깔때기 모양의 얇은 막질로 둘러싸는 꼭대기 잎이 있다. 밑 부분의 줄기는 지난해에 죽은 잎에서 생긴 머리카락 모양의 담황색 섬유질로 둘러싸여 있다. 이 점이 한라산에 자라는 은분취와도 다른 점이다. 알타이를 포함한 몽골 거의 전 지역에 자라는 초원분취(Saussurea amara, 신칭)는 은분취와 많이 닮았다.

알타이분취(Saussurea involucrata)의 종소명 involucrata는 '포엽이 두드러진'의 뜻을 갖는다. 초원분취의 종소명 amaras는 '쓰다'는 의미로 실제 이 식물체는 맛이 쓰고, 약용으로 사용한다. 한라산의 은분취의 종소명 gracilis는 '얇은 또는 가는'의 의미이다.

바위틈, 자갈밭, 돌 더미, 고산초원에 자란다. 흡수굴, 항가이, 몽골알타이에 분포하고 있다. 중국의 해발 2400~4100m. 중앙, 북, 서 신장(Xinjiang),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에 분포한다. 과도한 채취로 멸종위기식물이다,

티무르는 이 식물이 매우 귀중한 약재라면서 이곳 주민들은 희귀한데다 훼손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 때문에 보호한다고 했다.

이 식물은 위구르, 몽골, 카자흐스탄에서 전통적으로 민간약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역시 천산설연(天山雪蓮)이라는 약재 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측면에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2015년 중국의 칙(Chik Wai-I) 등의 논문은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 전통의학에서 이 약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냉증과 다습증상을 없애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류머티스 관절염, 감기에 의한 기침, 위통, 월경통, 그리고 위구르와 중국에서는 고산병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페닐프로파노이드, 플라보노이드, 쿠마린, 리그난, 세스퀴터르펜, 스테로이드, 세라마이드, 폴리사카라이드계 화합물들을 포함해 70종 이상이 이 식물에서 분리 동정됐다. <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알타이 탐사에 참여한 사람들

한국·몽골 전문가들로 구성
현지 주민 등 가이드로 동행


오른쪽부터 송관필 박사, 다쉬 줌베렐마 박사, 필자, 티무르, 엥크바야르 사랑게렐, 김진 작가.

송관필 박사는 생태학자다. 그 중에서도 곶자왈의 식물상을 깊이 연구했다. 몽골식물에 관해서는 수차례의 탐사경험을 바탕으로 식물동정에도 능하다. 이번 탐사에서는 식물표본의 확보, GPS, 여행일지작성을 담당했다.

다쉬 줌베렐마박사(Dr. Dash Zumberelmaa)는 식물분류학자다. 몽골식물연구 프로젝트에 여러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탐사 지역 및 종의 선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찬수 박사는 식물분류학자다.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관속식물에 대해 주로 연구했다. 몽골식물에 대해서는 10여년의 탐사와 연구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탐사의 기획 등 업무를 총괄했다.

티무르는 현지 주민이다. 알타이에서 탐사하는 동안 게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무엇보다 알락 하이르한산 정상과 희귀식물 자생지를 자신의 산악용 자동차를 사용하여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알락 하이르한산. 사진=구글맵

엥헤바야르 사랑게렐(Enkhbayar Sarangerel)은 몽골 현지 안내자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탐사에 동행했으며, 탐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물자의 조달과 탐사루트의 선정, 통역을 담당했다.

김진 작가는 식물의 천이에 대한 연구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면서 생태사진작가다. 동아일보 주관 전국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탐사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이 사진에 나와 있지 않지만 뭉크바트 아룬보이드(Munkhbat Aruunbold)는 운전을 담당했다.

이번 알타이 탐사에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탐사비용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못 했다는데 있다. 감사하게도 일부 경비를 산림청이 지원해 줘 많은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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