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1)]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1)-제주도 갯고들빼기를 닮은 '알타이고들빼기'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1)]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1)-제주도 갯고들빼기를 닮은 '알타이고들빼기'
산과 산 사이 형성된 평야지형 속 다양한 토양지질들
  • 입력 : 2018. 03.19(월)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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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시~호브트 대략 440㎞ 일정
토양지질 다양… 식생 차이 뚜렷해
메마른 사막서 만난 유목민과 양떼
알타이 산비탈에 형성된 돌담집은


오늘 우리는 알타이시에서 호브트까지 갈 예정이다. 이동 거리는 대략 440㎞에 달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탐사한 여정은 그 중 240여 ㎞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형지질은 아주 다양했다. 모래사막, 자갈사막, 모래와 자갈이 혼합된 사막, 플라야지형, 습지 등을 봤다. 지형과 지질이 다르면 당연히 그곳에 사는 식물들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저 평평해서 다 똑 같은 사막처럼 보인다 해도 이처럼 토양을 구성하는 지질이 달라지면 식생도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들어선 곳은 알타이산맥을 이루는 거대한 산들 사이에 형성된 평야지형이다. 이곳은 아주 낮은 곳이라고 해도 해발 1000m는 충분히 넘는 곳이다. 산들은 높은 경우엔 3000m를 넘고 보통 2000m 이상이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지형이 어떤 모습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강의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데도 이게 강인지 아닌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폭이 넓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축소해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산과 산 사이에 형성된 협곡을 통과하는 중이다. 이 도로는 그런 곳을 따라 만들었고 이 도로 옆엔 산에서 흘러내린 여러 가지 자갈, 모래, 흙 그리고 물로 만들어진 지형들이 있는 것이다.

알타이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돌덩이들.

메마른 사막에도 사람은 살고 있다. 가축들이 풀을 뜯고 있다. 염소 떼와 양 떼가 보인다. 몇 마리나 될까? 한국대원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이렇게 세게 마련이다. 몽골대원들은 척 보면 안다. 저 쪽은 800마리, 이쪽은 1600마리, 이렇게 단정적으로 설명한다. 익숙하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아!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사막에도 뜯어먹을 게 있구나.

급경사를 이루는 산비탈에서는 끊임없이 자갈과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다. 미세한 알갱이들은 물과 바람으로 더 멀리 흐르고 굵은 자갈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흘러내린 파편들은 직경이 수 미터에 달하는 큰 바위들도 있다. 이곳의 집은 돌로 쌓았다. 마치 제주도의 전통 초가집처럼 적당한 크기의 돌들을 모아다 돌담을 쌓아 집의 형태를 잡고 벽을 쌓은 것이다. 이 돌담집은 주위에 무진장으로 구할 수 있는 돌을 이용하여 찬바람을 막아주고 맹수를 막아주는 아늑한 보금자리로 아주 적당했을 것이다. 초원에 게르, 습지에 흙벽돌집이 있다면 알타이 산비탈엔 이 돌담집이 있는 것이다.

돌로 지은 집의 흔적.

갈 곳이 멀다 한들 이곳을 그냥 지나쳐 버릴 수는 없는 일! 어느 지점을 선택했다. 진행방향으로 보면 오른쪽은 아주 넓은 강이다. 강폭은 수 ㎞에 달할 듯 넓었다. 이 건조하고 강한 햇살 아래 시원한 물이 콸콸 흐르고 있다. 어느 높은 산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물이다. 강가에는 주로 높이 2m 정도의 은골담초(카라가나 분게이)들이 줄을 지어 자라고 있다.

왼쪽은 나지막한 산이다. 이상하리만치 이곳 몽골에선 바라볼 땐 가까워 보이는데 막상 가려고 하면 멀다. 사면은 자갈이 흘러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보았던 산에서와는 달리 길이 30㎝ 내외의 판상으로 쪼개진 돌멩이들이 대부분이다. 암석의 표면은 마치 녹슨 쇠와 같다. 밟으면 부서진 바위조각끼리 부딪는 소리가 마치 쇳조각끼리 부딪칠 때 나는 소리와 같다. 철분이 많은 바위임이 분명하다.

알타이갯고들빼기.

몇 가지 식물들이 보인다. 주로 국화과와 비름과, 그리고 콩과식물들이다. 알타이갯고들빼기(크레피디아스트룸 아카기, Crepidiastrum akagii)는 그 중에서도 흥미를 끄는 종이다. 같은 속 식물 중에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종들이 있다는 면에서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도 독특한 종이 있어서다. 바로 갯고들빼기(크레피디아스룸 란세올라툼, Crepidiastrum lanceolatum)라는 종이다.

알타이갯고들빼기는 우리나라에 자라는 같은 속의 국명이 갯고들빼기이고 중앙아시아에서도 특히 알타이를 중심으로 분포하므로 우리나라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이 식물은 나무인지 풀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식물이다. 높이는 25 ㎝를 넘지 않는 작은 풀과 같지만 밑동을 포함한 지하부는 마치 나무처럼 굵고 목질화 되어 있다.



함덕해수욕장에 자라나는
신기한 야생화 '갯고들빼기'


함덕해수욕장엔 신기한 꽃이 자라고 있다. 언 듯 보면 흔해 보이는 꽃이지만 알고 보면 아주 신기한 식물이다. 갯고들빼기라는 들국화의 일종이다. 제주도엔 아마 이곳 외엔 없을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보기 힘든 꽃으로서 필자는 이곳 외로는 부산의 태종대에서만 봤을 뿐이다.

갯고들빼기.

이 식물은 유독 바닷가 바위틈에만 자란다. 그런 점에서 알타이갯고들빼기와 닮았다. 알타이갯고들빼기 역시 염분이 많은 바위틈에 주로 자란다. 닮은 점은 또 있다.

바위틈에 박혀 있는 밑동과 지하부분은 마치 나무줄기처럼 단단한 목질로 되어 있다. 지상부는 부드러운 나물 같은데 밑동에서 나온 잎은 민들레처럼 가장자리가 심하게 갈라지고 로제트 모양으로 배열한다. 그 틈에서 가지가 나와 10∼20cm 정도까지 자라는데 이 줄기가 땅에 닿으며 상부가 위로 서서 높이 10∼30cm로 된다. 그러면서 밑 부분에서 뿌리가 나와 새로운 개체로 되는 것이다.

그 외에 우리나라에 자라는 갯고들빼기속 식물로 몽골, 중국, 일본에 공통으로 분포하는 고들빼기(Crepidiastrum sonchifolium)가 있다. 까치고들빼기(Crepidiastrum chelidoniifolium)와 이고들빼기(Crepidiastrum denticulatum) 등 2종은 중국과 일본에 공통으로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종도 지리고들빼기(Crepidiastrum koidzumianum) 1종이 있다.

몽골에는 3종이 분포하는데 그 중 알타이갯고들빼기는 고비사막의 산비탈 자갈밭이나 초지대, 바위틈에 자란다. 중국, 동·서시베리아, 중앙아시아에도 자란다.

갯고들빼기는 중국, 일본, 타이완의 바닷가에도 자란다. 생태학적 특성으로 볼 때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하여 동아시아로 퍼져 나가면서 분화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그 중간쯤에 해당한다. 과연 이곳은 분화의 중심인가 징검다리인가.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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