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자녀의 자립심 기르기 및 유의할 점 소고

[하루를 시작하며]자녀의 자립심 기르기 및 유의할 점 소고
  • 입력 : 2017. 03.22(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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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부모님께서 아기(만 3살)를 데리고 귀가할 때였다. 몇 걸음 앞서서 가던 아기가 돌부리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두 손이 에는 듯 시리고 아파 일으켜 주기를 바라며 울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몇 개월 전부터 세수하기·이닦기·밥 먹기·신발 신기 등 기본생활에 대한 아기의 자립심 기르기 필요성에 의견과 뜻을 같이하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응석도 부리고 떼도 쓰며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한창 나이임을 안타깝게 여겨 좀더 자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 후 몇 차례 "많이 아팠지! 이번에도 부모님이 일으켜 주지만 새해부터는 네 힘으로 씩씩하게 일어나 보아라. 미래의 훌륭한 사회인이 되려면 동네 친구들과 놀 때나 유치원·학교에 다니게 될 때 등 친구들 못지않게 잘 생활할 수 있어야 하니까…"라며 타일러 왔다. 그래서 지금 넘어진 아기가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우리 00는 새해 한 살 더 먹었고 사내 대장부니까 자기 힘으로 일어날거야! 자, 얼른 일어나 봐라. 땅바닥이 갈라진게 아니냐?"라고 용기를 북돋우며 격려했다. 아기는 손이 아프고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그동안 몇 차례 "새해부터는 넘어졌을 때 자기 힘으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부모님의 말씀과 지금의 격려 말씀에 힘을 얻어 자기 힘으로 일어났다. 이때 뒤에서 살펴보시던 부모님께서 얼른 아기의 두 손을 모아 잡고 "손이 얼음 같구나! 많이 아팠지, 참으로 장하다! 이 다음 틀림없이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칭찬하시며 옷에 묻은 흙을 털어 주셨다. 아기의 시리고 아팠던 손과 아쉬운 마음은 부모님의 칭찬과 따스한 손 속에서 녹아 사라졌다.

이상은 필자가 5살 되는 설날 때 있었던 일이다. 자녀(유아~청소년)의 자립심을 염려할 때면 부모님의 내리사랑으로 문득문득 떠오르는 대목이다. 부모님(특히 아버님)께서는 자녀들의 생활능력 수준을 달관(達觀) 또는 개관(槪觀)하시는 것 같았다. 자녀가 미래의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서히 자립심을 길러주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불은 쇠를 단련시키고 역경은 강한 사람을 단련시킨다'는 격언처럼 자녀의 생활능력 수준을 어렸을 때부터 평소에 통찰해서 파악해 보고 생활력이 강할수록 시련을 극복해 보는 일거리를 체험케 함으로써(결코 미워서가 아닐 것이다) 그 능력을 단련시켜 주는 방법 등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의 자립심 기르기에서 유의할 점으로 두 가지가 검토된다. 첫째, 법률·예법 등 규범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 내용이나 절차, 형식 등을 잘 이해되도록 설명과 타이름, 기본생활 반복지도에 의한 습관화 등이 좋겠지만 규범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지식만 가르치고 자유롭게 최선을 다하여 스스로 해결케 해 봄으로써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줄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시련을 극복케 해 보는 일거리를 줄 때는 자녀의 생활능력(신체발달·씩씩하고 굳센 정신·인내심 등)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자녀의 생활능력 수준은 출생 때부터 직접 기르고 함께 생활하며 통찰하는 과정에서 생활능력 수준에 대한 전체의 상황을 개관(槪觀)해 봄으로써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만일 자녀의 생활능력 수준을 잘못 파악하여 현재 생활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스스로 해결하기만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곧 의욕상실 등 무력감을 주게 되거나 가혹한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정한석 전 초등학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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