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4)]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⑭ 초원 우뚝한 대황과 한라산 솔붓꽃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4)]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⑭ 초원 우뚝한 대황과 한라산 솔붓꽃
몽골·중국·한라산서 발견되는 식물… 격리분포종 흔적
  • 입력 : 2017. 05.15(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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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언덕 엘슨 타사르해의 초원, 대형식물인 대황(Rheum rhabarbarum)이 두드러진다.

몽골서 자라는 ‘솔붓꽃’ 등 붓꽃과 식물들
한라산에서도 자라… 식물지리학적 발견


'저게 뭐지?' 어떻게 보면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 모래언덕과 그곳으로 광활하게 연결되어 있는 초원이다. 나래새나 쑥 종류들로 채워져 있는 스텝초원은 푸르러서 그나마 덜 가난해 보일 뿐이다. 여기에다 가축이 쉴 틈 없이 먹어대니 식물이 자랄 새가 없다. 비가 넉넉히 내리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덜 부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이렇게 모래로 되어 있으니 빨아먹어볼 것조차 없다. 식물의 높이가 발목이 잠길 정도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열심히 들여다보면 꽤 많은 종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할 것처럼 자라고 있기는 하다.

그런 초원에 우람하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아주 큰 풀이 자라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들여와 재배한다고는 해도 우리 탐사대 어느 누구도 이 종을 본적이 없었다. 대황이라는 종이다. 몽골의 자료를 보면 전국에 4종이 자라고 있다. 그 중 이 종이 가장 넓은 지역에 분포한다. 키가 무려 2m에 달하는 다년초다. 직경은 4㎝ 정도다. 털이 없고 미세한 홈이 져 있다. 잎은 길이가 15~60㎝, 줄기에 나 있는 잎겨드랑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마치 포도송이 같은 꽃차례를 이룬다.

자생지는 여러 식물지에서 공통으로 초원, 그 중에서도 다소 건조한 스텝초원, 강변이나 산림, 비교적 높은 지대의 산림, 자작나무숲과 잎갈나무숲의 돌이나 자갈밭이다.

사진은 위부터 타래붓꽃(Iris lactea), 범붓꽃(Iris tigridia), 솔붓꽃(Iris ruthenica), 한라산 솔붓꽃(생태사진가 이성권 촬영) .

몽골사람들은 잎자루를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전통의학에서는 뿌리를 쓴다. 이 약재의 특성은 맛은 쓰고 시다는 것이다. 해독, 설사치료, 자궁병치료, 가래 및 담즙 제거, 위장 및 내장기능 증진, 변비치료에 사용한다.

모래언덕엔 생각보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붓꽃과의 식물들도 보였다. 여기까지 오면서 몇 차례 볼 수 있었던 타래붓꽃이 우선 눈에 띄었다. 파묻히듯 모래로 덮여 있었다. 그나마 노출된 부분은 동물에게 뜯겨 있다. 이 종은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분포한다. 물론 제주도에도 분포한다. 몽골에는 12종이 분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아마도 이 종이 가장 넓게 분포하고 있을 것이다. 염생식물이라 할 정도로 염분이 높은 강가, 웅덩이, 작은 물길 같은 습지, 알칼리성 토양의 초원, 스텝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다음으로는 범붓꽃이 보였다. 이 식물 역시 몸의 거의 대부분이 모래에 묻혀 있다. 노출된 부분은 가축에게 다 뜯겨 먹혀 꽃만 간신히 부지하고 있었다. 염소와 양이 돌아오기 전에 재빨리 씨앗을 퍼뜨릴 요량으로 곤충을 기다리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 종의 꽃에는 점무늬가 있다. 학명 '티그리디아'는 '호랑이 무늬를 한'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뜻을 살려 우리말 이름을 '범붓꽃'으로 했다. 이 종은 동·서시베리아, 알타이, 몽골, 카자흐스탄, 중국에 분포하고 있다. 숲 가장자리나 건조한 초원의 모래땅, 햇빛이 강한 언덕사면,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은 모래언덕에 자란다. 우리나라에 이 종이 분포하지 않는다.

초원엔 솔붓꽃도 자라고 있었다. 한국 속 식물지에 따르면 이 종은 우리나라의 북부지방과 중부지방에 분포하고 있다. 외국으로는 러시아(시베리아)와 중국으로 되어 있다. 역시 몽골에 대한 내용은 누락돼 있다. 외국의 문헌과 우리의 탐사결과 몽골에도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었다. 시베리아 잎갈나무숲과 자작나무숲 그리고 혼합림의 주변, 초원, 바위틈에 자라는데 북부, 중부에 널리 분포한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바로 한라산이다. 최근 몇몇 생태사진가들에 의해 이 종이 한라산 어느 오름에 분포하는 것이 밝혀졌다. 비록 소수의 개체가 좁은 지역에 분포하는 것이지만 한라산에 이와 같은 한국의 중북부지방, 시베리아, 몽골, 중국에 분포하는 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식물지리학적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솔붓꽃은 분포범위로 볼 때 한라산이 최남단 분포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분포 중심인 북방과는 멀리 떨어져 분포하는 격리분포종인 것이다.<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식물 관련 한·중·러 정보력



우리나라 속 식물지에는 대황속에 대황과 장군풀 2종이 기재되어 있다. 장군풀은 한국 고유종으로 백두산, 함경북도의 두류산과 관모봉, 함경남도의 차일봉과 남포태산에 분포한다. 대황은 자생지는 없고 약용으로 재배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시베리아)에 분포하며 아시아와 유럽에 널리 재배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 식물지에는 22종이 기재되어 있다. 그 중 대황은 동시베리아와 북몽골에 분포하며 시베리아산 종자로 유럽에서 널리 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식용으로서도 여러 품종으로 개량하여 재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식물지에도 12종을 기재하면서 이 종은 중국, 러시아, 몽골에 분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대황 관련 식물지 설명 나라마다 달라

우리나라 ‘대황’ 몽골 서식 기록에 없어


중국 식물지는 대황을 파엽대황(波葉大黃) 즉 대황속의 여러 종들 중에서 '잎가장자리가 물결모양으로 되어 있는 점이 두드러지는 대황'이라고 부르고 있다. 헤베이, 헤이룽장성, 후베이, 지린, 내이멍구, 산시성의 해발 1000m에서 1600m 지대에 분포한다고 한다. 역시 몽골과 동시베리아에 분포한다면서 유럽에서 재배하고 있다는 점을 기재하고 있다.

대황이 분포하고 있는 한국, 러시아, 중국 세 나라에서 보여주고 있는 정보력의 차이를 보는 듯하다. 우리나라만 몽골에서도 이 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대황만이 아니다. 붓꽃 종류에서나 지난 회에서 다룬 좀자작나무에 있어서도 똑같은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우리 탐사대는 주변국의 문헌기록과 현지 탐사를 통해서 이 종이 몽골에 널리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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