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제주형 대중교통, 최적안인가?](2)대중교통 흑자 기록하고 있는 日 오사카시

[연속기획 / 제주형 대중교통, 최적안인가?](2)대중교통 흑자 기록하고 있는 日 오사카시
내·외국인 관광객 등 대중교통 이용 늘며 흑자 기록
  • 입력 : 2017. 11.21(화) 2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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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오사카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뉴트램. 사진=특별취재팀

하루 이용객 230만명… 최우선 원칙은 '안전'
사기업 기획안 제시하면 행정 수용하는 방식
다양한 상품 개발 관광객 대중교통 이용 유도
차고지 증명제 등 강력한 차량 억제정책 한 몫


일본의 대중교통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용률이 높고,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의 이면에는 강력한 불법 주·정차 단속과 차고지 증명제로 말미암은 차량 억제 정책, 사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자가용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대중교통'을 만들기 위한 행정의 노력이 숨어 있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오사카시는 외국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오사카시내에는 불법 주·정차를 찾아 볼 수 없으며, 차량 통행도 많지 않아 대중교통이 막힘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간사이 스루패스'라는 기획승차권 한 장이면 오사카는 물론 나라, 와카야마, 교토 등 간사이 전 지역의 대중교통을 손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또 다른 기획승차권인 '오사카 주유패스'는 오사카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대중교통과 관광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사카시의 대중교통=오사카시 대중교통의 역사는 무려 100년을 넘게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1903년 노면전차를 시작으로 1927년에는 버스, 1933년에는 지하철이 개통됐다.

오사카시 지하철 승강장에는 역무원이 항시 배치돼 장애인에 대한 편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지하철 8개 노선과 트램이 총 137.8㎞에 이르는 구간을 책임지고 있으며, 530대의 버스가 86개 노선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루 평균 오사카시 대중교통을 이용 인원은 230만명이며, 이는 오사카시 인구 270만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러한 높은 대중교통 이용률과 더불어 최근 3~4년 사이 급증한 외국인 관광객까지 겹치면서 오사카시는 제주에서 아직 상상할 수 없는 '대중교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중교통의 제1원칙 안전=오사카시의 시내버스는 모두 저속 운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우회전, 좌회전, 정차·출발 시 버스 운전원이 모두 마이크로 직접 안내방송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오사카시 지하철 역 곳곳에는 인포메이션센터가 마련돼 안내는 물론 교통상품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이용객 승·하차 시에는 반드시 자리에 앉은 이후에야 출발을 하거나 문이 열렸다. 승객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하는 등 불친절 버스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는 제주의 대중교통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버스가 정류장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면 어김없이 시동을 꺼 공회전을 막았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인상적이었다.

오사카시 신사이바시역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하철 승강장에 들어서자 역무원이 서둘러 마중을 나갔다. 이 역무원은 안전 발판을 가지고 나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를 연결한 뒤 휠체어를 끌어 장애인을 안전하게 탑승시켰다.

장애인이 내릴 역에도 다른 역무원이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장애인이 지하철에 안전히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왔던 역무원은 미리 어느 역에서 내릴 지 파악한 뒤 해당 역에 배치된 역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안전 발판을 설치, 제거하는 데 걸린 시간이 3초 밖에 안될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승하차는 신속히 이뤄졌다.

또한 버스는 예정된 운행 시간이 초과되더라도 장애인의 승·하차를 우선시 했고, 100% 저상버스로 이뤄졌기 때문에 소요 시간도 길지 않았다. 버스 좌석에도 접이식 의자가 설치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오사카시에는 트램도 운영되고 있었다. 트램은 지형적으로 지하철 도입이 어려운 제주가 새로운 대안으로 고려한 바 있는 교통수단이다.

오사카시는 이 트램을 '뉴트램'이라고 명명하고, 항만 지역인 코스모스 스퀘어부터 스미노코엔까지 10개역·7.9㎞ 구간을 달리고 있었다. 특히 뉴트램은 무인시스템으로 이뤄졌고, 지상 위 약 10m 정도의 구조물을 설치해 철로를 조성했다.

▶민·관협력의 산물 '기획승차권'=오사카시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가 바로 '간사이 스루패스'와 '오사카 주유패스'라는 기획승차권이다. 기획승차권은 오사카시 대중교통 흑자의 숨은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획승차권은 행정이 대중교통 정책을 주도하지 않고 사기업에서 노선 확대나 교통 관련 상품을 기획하면 이를 검토해 반영하는 시스템에서 탄생한 교통상품이다. 간사이 스루패스는 간사이 전 지역의 대중교통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2일권이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 3일권이 5만2000원 정도다.

오사카 주유패스도 오사카시 대부분의 대중교통과 관광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본보는 이 가운데 오사카 주유패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하루 동안 오사카 관광지를 3개 이상 입장할 계획이라면 오사카 주유패스를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다. 오사카성과 박물관, 동물원, 미술관 등 주요 관광지는 물론 온천과 유람선, 대관람차 등 25개의 시설이 무료이며, 13개의 시설에서는 할인 등의 특전도 받을 수 있었다. 가격은 1일권이 우리나라 돈으로 2만5000원, 2일권은 3만3000원 가량이다.

오사카 주유패스는 역에 배치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오사카시 우메다역에서 주유패스 1일권을 구입했는데 한국어 안내 책자가 함께 제공 돼 여행 계획을 짜기 훨씬 수월했다. 주유패스를 이용해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돌아보는 오사카성과 텐노지 동물원, 시립 미술관, 뉴트램이 있는 코스모스 스퀘어 등을 방문했는데 각 방문지 정거장까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안팎이었다. 관광객의 선호도와 관광지의 위치를 분석한 뒤 노선을 구성해 이동 시간을 최소한 것 같았다. 또 안내 책자에 나온 식당을 찾아가 주유패스를 제시하니 1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만약 주유패스를 이용하지 않고 해당 코스를 여행했다면 식비를 제외한 교통비와 입장료가 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 이상이 지출됐을 것이라고 예상됐다.

이러한 기획승차권 상품은 오사카시에서만 30여개에 이르고 있다. 노선과 경유하는 관광지를 상품별로 서로 다르게 구성해 오사카시를 찾는 관광객들의 선택권을 넓혔다. 오사카시는 앞으로도 사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와타나베 카즈야 오사카시 교통국 총무과 직원은 "오사카시의 대중교통은 적자가 우려되는 노선은 행정이 책임지고, 이용객이 많은 곳은 사기업에게 맡기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며 "아울러 사기업이 노선 운영 중 나타나는 사안을 토대로 교통상품을 기획해 행정에 건의하면, 이를 담당하는 오사카시 영업기획과에서 검토해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차고지 증명제와 강력한 불법 주·정차 단속을 통해 차량을 억제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졌다"며 "여기에 최근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까지 겹치면서 대중교통 흑자를 일궈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표성준·이상민·송은범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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