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지의 편집국 25시]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오은지의 편집국 25시]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 입력 : 2018. 02.08(목)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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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파 속에서 20대 여대생이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발견해 구조한 일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몇 시간 후 아기를 유기한 엄마가 아기를 구조한 여대생으로 밝혀지면서 충격 사건으로 반전됐다. 자작극이었던 이 반전 스토리는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여대생의 두려움에서 시작됐다.

자작극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지만 언론들은 여대생의 거짓말보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췄고, 미혼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이 재조명됐다. 그리고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영아 유기가 증가하고 있다며 출생 신고 부담을 줄이는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 발의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혼모들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같은 사건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4년 전 '위기의 아이들' 취재를 하며 미혼모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색안경을 끼고 혼외 출산과 양육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도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직접 양육을 선택하고 있었지만 갖춰진 제도적 지원책은 형식적이었고 홀로 양육과 자립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4년 전과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은 이번 사건이 방증한다.

"지금 이런 일들이요. 우리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지만 실제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건은 어쨌든 그래도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이렇게 자작극 꾸며서 보내는 거잖아요. 안전하게… 이 하나의 행위를 비난하기 이전에 우리 아이들을 수십 년간 버리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어떤 풍토와 문화,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MBC '김동환의 세계는 우리는'과의 인터뷰에서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발언). 더 말해 뭐할까. <오은지 편집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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