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의 한라칼럼] 도시재생은 도시를 바꿀수 있을까

[이재근의 한라칼럼] 도시재생은 도시를 바꿀수 있을까
  • 입력 : 2018. 03.27(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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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또 한명이 구치소로 향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가 추구했던 정책의 현주소를 생각한다. 그가 추진하던 뉴타운 재개발이 2012년 이후 사업성 저하와 주민갈등 심화로 서울에서만 115 곳이 해제됐다. 대신 도시개발 프레임이 도시재생으로 전환됐다. 수십년간 우리의 인식에 뿌리박혔던 '밀고 새로 짓는' 방식 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인식이 나름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제주도에도 제주시 원도심에 이어 제주시 일도2동 신산머루 지역과 서귀포시 월평동 지역이 새로운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구로 선정됐다. 올해를 비롯 매년 2군데 이상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지가 늘어나 문재인 정부 기간에만 10여곳 이상의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가 된 때문인가 선거를 앞둔 후보들도 공약에 도시재생사업을 포함시키고 있다. 비록 그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눈에 띄지만 하나하나 이를 지적하고 나서기도 쉽지 않으니 태연한 듯 발을 동동 구르는 이중성을 동시에 갖게 된다.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얼마 전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지의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현장지원센터 활동가에 대한 채용을 진행했다. 지난해까지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매우 적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채용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뜻밖에 많은 분들이 지원했다. 알게 모르게 도시재생 분야의 저변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복잡한 상황에서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든, 선거 공약이 되든 많은 지원자가 모이든 각자의 필요에 따라 도시재생을 다각적으로 사용하게 될 터지만 도시재생은 과연 도시를 바꿀 수 있는 것인가.

MB가 구속되는 당일 도시재생 대신 재개발이 옳바른 길이라며 일부 주민들이 도시재생사업을 반대하고 나섰다.

당혹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재개발이든 재생이든 무엇을 바꾸려 함일까. 도시재생 사업은 전국적으로 길어봐야 5년 남짓 초기사업의 형태만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재생은 다른 사업에 비해 사업 기간이 길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재개발처럼 눈에 두드러지는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기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조금 다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도시재생은 대단히 비효율적인 사업일테고 성과를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기에 표로 연결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소유자들에게는 아파트 개발보다 부가가치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 도시재생은 도시의 무엇을 바꾸려는 것일까.

어쩌면 도시재생으로 도시는 거의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거리나 주거환경 등을 바꾸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혹은 마을 도서관이 생기거나 스타트업들의 사업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 혹은 스마트한 주차장이 생길수도 있고 거리가 디자인적으로 더 좋아질 수도 있다. 그 무엇이 되든 3년이나 5년의 기간동안 바뀌는 것이 도시의 겉모습이 아니기를 바란다. 공동체라는 모호한 용어여도 좋고 네트워크라도 무방하다. 혹은 주민협의체도 상관없다. 무엇이든 작게라도 지역의 일에 발을 담그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은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손을 필요로 하는 도시와 지역의 일이 무한히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가 있으면 도시재생은 단기간의 사업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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