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한라칼럼] 원희룡 도정의 자업자득

[김병준의 한라칼럼] 원희룡 도정의 자업자득
  • 입력 : 2018. 04.24(화)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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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정이 출범한 직후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전임 도정에서 이뤄진 일들을 쉽게 갈아엎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공포감'마저 불러일으켰다. 이 나라는 대체 어떤 나라인지 바보스런 질문마저 되뇌이게 했다. 민주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서슴없이 벌어질 수 있는가. 도무지 납득이 안됐다. 그래서 제주에 '탐라독재국'이 들어서는 줄 알았다. 무슨 말도 안되는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나무랄 수 있다. 새삼스럽지만 4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면 알게 된다.

원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외국자본이 추진하는 굵직한 사업들을 중단시켰다. 대표적으로 제주에 최고층 건물을 신축하는 드림타워 사업이다. 원 지사는 뜬금없이 드림타워 사업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사실상 사업허가를 철회한 것이다. 그 이유도 아리송하다. '제주의 경관·교통·도시 기능 등 미래가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막연하고도 뜬구름 잡듯이 옭아맸다.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이미 허가받은 사업을 뒤집어 버렸다. 사업자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한 것이다.

문제는 원 도정의 이같은 전횡에도 도의회는 꿀먹은 벙어리였다. 도의회는 이런 어마어마한 사안이 발생했는데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래도 현우범 의원은 드림타워 사업을 중단시킨 것은 '행정의 폭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도의회 정례회에서 도정질문을 통해 제기한 것이다. 현 의원은 "주민의견 청취에서부터 건축허가까지 이뤄진 사업"이라며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외국투자자들이 제일 경계하는 것이 신뢰를 상실한 행정임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현 의원은 "제주도 행정의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지금 그 답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매우 저조한 외국인 투자 실적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 자료가 방증한다. 제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금액은 19건, 70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건, 3억2600만 달러에 비해 2.1%(금액 기준)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는 제주신화월드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대규모 외국인 투자가 이어졌다. 그게 올들어서는 사실상 거의 끊겼다. 문제는 제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외국인 직접투자(147건 13억9000만 달러)가 정점을 찍은 뒤 완전히 하향세로 돌아섰다.

그렇다면 제주가 투자지역으로서 매력을 잃은 것인가. 그건 아니다. 현 의원의 질타처럼 행정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다. 투자유치 정책이 어떤 기준과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면서 불신이 깊어졌다. 단적으로 오라관광단지는 박근혜 정부 때 원 지사가 투자유치 수범사례로 소개한 사업이다. 그런 사업이 시민사회단체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돌변했다. 제주도가 투자유치를 해놓고 스스로 발목을 잡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 사업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아예 처음부터 원천적으로 못하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한창 진행 도중에 행정이 이런 저런 구실로 발목을 잡았다. 행정이 얼마나 못살게 굴었으면 사업자가 제주도정을 대놓고 비판하겠는가.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무원칙한 행정'에 대한 반발이자 울분을 토로한 것이다. 제주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달리 나오는 것이 아니다. 투자유치의 원칙이나 행정의 일관성이 없으니 누가 선뜻 제주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결국 외국인 투자가 현격히 줄어든 것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원 도정의 자업자득이다. 제주도는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김병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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