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의 편집국 25시] 수사의 기본

[송은범의 편집국 25시] 수사의 기본
  • 입력 : 2018. 04.26(목)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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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청 강력계에서 나왔습니다."

경찰관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사다. 이 대사는 주로 관할 내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을 맡은 경찰서 형사들이 수사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해 하고 있을 때 양복을 빼 입은 상급기관 경찰관들이 화면에 등장하면서 내뱉는다.

이후 경찰서 형사들은 실망감과 아쉬움이 뒤섞인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 채 화면에서 사라진다.

지난 2월 제주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20대 여성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제주동부경찰서는 해당 게스트하우스 인근에서 실종자 차량을 발견했으며, 게스트하우스 관리자가 과거 성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초기 진술과 상반되는 행적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이에 제주경찰청-동부서 간 수사회의에서 긴급체포 논의가 검토됐지만, 외부에 나가 있는 용의자가 스스로 게스트하우스에 복귀하면 임의동행을 진행하자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관리자는 그대로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를 빠져나갔고, 다음날 실종자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후 살인범으로 밝혀진 관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건은 허망한 종결을 맞이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동부서 형사는 "정황이 확실해 용의자를 긴급체포하려 했다"며 "하지만 암묵적으로 제주경찰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제주경찰청의 한 간부는 "수사의 기본은 의심되는 인물을 우선 조사해 용의 선상을 하나 씩 줄여 나가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제주경찰청의 개입으로 사건이 꼬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관할 서와 지방청 간 '신뢰회복'이 가장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화에서는 사건을 뺏긴 형사가 역경을 딛고 보란 듯이 범인을 체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송은범 행정사회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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