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경의 편집국 25시] 포터를 찾습니다

[손정경의 편집국 25시] 포터를 찾습니다
  • 입력 : 2018. 05.24(목) 00:00
  • 손정경 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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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를 찾습니다.' 개인적 금전문제로 한 화물 차량을 찾고 있다는 인터넷에 올라온 짧은 글귀가 취재의 시작이었다. 인테리어 시공업자 A(40)씨가 6명에게 공사 대금만 받고 잠적한 이 사건의 전말은 그날 저녁 피해자 중 한 명과 연락이 닿아 알게 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제주로 이주해 온 이주민들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A씨가 올린 광고를 보고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제주에서는 공사대금 대부분을 선지급한다'는 거짓말 등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챙긴 뒤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수달째 주택은 허물어진 채로 방치됐고 피해자 가운데 몇몇은 급하게 월세를 얻거나 친척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도 진전이 없던 지난 16일,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A씨로부터 휴대전화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그동안 연락을 못 드려 죄송하고 21일 직접 경찰서에 가서 다 진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피해자 모두는 다시 실낱같은 희망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그날 끝내 A씨는 경찰서에 나타나지 않았다. A씨의 가족들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답답함은 커져만 가고 있다.

피해자 이모씨는 "공사 기간이 남아있어 업자의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다른 시공업체에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곧 장마철인데 저대로 집이 부식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그저 이렇게 시간만 끌면서 피해자들이 지쳐 포기해버리길 원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A씨를 찾으려 밤낮없이 경찰서를 방문하고, 그의 집을 찾느라 불편한 타인의 집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하고 있다. A씨가 선금만 챙기려 허물어 버린 주택들은 누군가에겐 신혼집이었고 누군가에겐 자식에게 제주의 삶을 선물해 주려 했던 집이었다. A씨가 그럴듯한 말로 속여 챙긴 건 단순히 돈만은 아닌 듯하다.하루빨리 A씨의 포터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손정경 행정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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