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환경과 역사, 문화가 육지와 다르니 제주형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제주에서만 다르게 적용되야 한다는데는 반론도 상존한다. 자칫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2곳이 도시재생뉴딜 사업지로 새롭게 선정됐다. 제주시의 남성마을과 서귀포시의 대정읍지역이다. 전국적으로 99곳이 선정됐고 작년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69곳과 이전 사업지를 합치면 200여곳에 이른다. 앞으로 매년 100곳 정도의 사업지가 늘어난다고 보면 문재인 정부 말년이 되면 전국적으로 500여곳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된다. 제주도는 제주시 원도심 지역을 비롯해 제주시 일도2동의 신산머루지역과 서귀포시 월평마을에 이어 2곳이 늘었으니 내년 사업지는 5곳이나 된다. 매년 최소 2곳씩 사업지가 늘고 공공기관이나 중앙 공모형 사업을 고려한다면 11곳에서 13곳 정도까지도 사업지의 확대가 예상된다.
사업지는 늘어나는데 재생사업의 준비가 사업 속도를 따라 잡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추진의지가 강한 때문인지 사업지가 기반을 확보하기 전에 일찌감치 달려가는 모양새다. 재생 사업이 주민조직을 만들고 지역에서 충분히 사업 내용과 사업방향을 협의한 후 진행토록 하고 있는데 비해 주어진 시간은 쫓기듯 촉박하니 일정 맞추기에 급급한 셈이다. 사업선정 후 활성화계획이라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 현실적으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사업에 반영해야 하고 행정과 주민과의 소통을 담당할 현장지원센터도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마음은 바쁜데 도내 전문적인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번에는 사업선정 결과를 훓어본다. 주거환경 개선과 골목길 정비 등 생활 인프라 개선 사업은 어느 곳에서나 일반적이다. 지역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창업과 문화공간 조성, 공공임대상가 등 비교적 일반적인 내용도 많이 보인다. 반면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하는 대학 타운형 도시재생사업이나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공부방 운영, 독거노인 케어서비스 등을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업도 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가 지자체와 함께 콘텐츠 개발과 관광교육, 관광벤처 육성 등을 추진하는 관광 중심형 도시재생 사업도 눈에 띤다. 제주에서 고려해볼 만한 사업들이자 협업 가능한 사업으로 보인다.
도시재생이 복잡하니 어려울 것이라거나 각 부문의 적극적이 노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 말고 다른 무엇이 없을까. 이쯤에서 제주형 특수성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제주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는 자체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구상했으면 좋겠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업내용을 답습하는 구조가 될 필요는 없다. 중앙 공모사업의 일정이 빠듯하면 미리 사업지를 찾아내서 준비를 할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중앙 정부의 재생사업 과정을 따라가기 전에 지역에서 사전 준비를 진행하고 이를 발굴해 공모사업을 준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될 것이다.
제주만의 사업발굴 기준과 특성을 찾아나가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단순히 중앙정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한시적인 사업이 아니다. 도시쇠퇴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시스템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럴 때 제주형이라고 해야 하나? 제주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폭발적인 도시재생 사업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형이라는 말이 도시재생에서는 웬지 꼭 필요해 보인다.
<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