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형의 한라칼럼] 저물어 가는 해에 학교에서 사라지는 풍경들

[김관형의 한라칼럼] 저물어 가는 해에 학교에서 사라지는 풍경들
  • 입력 : 2018. 12.25(화) 00:00
  • 김경섭 수습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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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무술년(戊戌年)도 저물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한 해를 보내면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새로움과 변화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를 하면서 살아간다. 화려하고 발전적인 모습 속에서도 우리들 가슴 속에 아련하게 스며들었던 추억을 되새김 하는 일도 즐거운 일상이다. 진부하게 치부 되어버린 학습 방법이나 놀이 문화도 학교 풍경 속에서 역사와 함께 할 것이다.

1907년 제주최초 근대교육 기관인 제주공립학교와 사립의신학교가 출범한지 1세기 110주년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면서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다양한 학교환경 변화를 확인 할 수 있다.

필자가 경험했던 학창시절부터 교직에 들어선지 30년을 보내면서 스치고 지난 풍경들은 기억 저편에 묻혀 가고 있다. 한때는 순수했고 놀면서 공부를 했던 날을 회상 해 본다.

추억의 교실 풍경을 떠올려 보면 1960년대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도 필경사나 교사가 철필을 이용하여 등사원지에 적은 시험지를 인쇄실 등사기로 한 장씩 밀면서 시험을 치르고 마치면 전표에 전체 학생을 1등부터 꼴찌까지 순서를 정했다. 합산은 주산을 담당하는 선생님 몫이기도 했다.

요즘 교실 풍금소리는 사운드 좋은 오디오와 피아노가 대신하고 주산수업, 교련수업, 펜글씨수업, 타자수업은 자취를 감추었다. 인터넷 영상과 유투브, PPT, 프리젠테이션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요즘과 수업 전에 자료실 궤도를 운반해서 준비하는 것이 일상이던 시절과 달라진 풍경이다.

초록칠판과 분필 지우개가 사라지고 전자칠판이 자리한다. 칠판 판서 내용을 몽당연필 사용하여 필기하는 모습은 없고 폰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거나 전자펜으로 필기를 한다.

예전에는 겨울 오기 전에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들은 교무실 난방용으로 솔방울을 줍고 고학년 학생들은 썩은 나무뿌리와 삭정이를 모았다. 어쩌다 교무실 들어섰을 때 전해지던 온기를 잊을 수 없다. 지금은 전체 중앙냉난방 시스템을 갖추었다.

청소용품은 헌 옷가지를 이용해서 걸레를 만들고 청소 당번은 교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도 잊은 채 반들거릴 정도로 양초를 사용해서 밀었다. 분단별로 유리창과 야외 청소 구역을 정하고 화장실 청소는 숙제하지 않은 벌로 행해지기도 했다. 당번은 사라지고 상당부분을 용역으로 해결하는 현재의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화장실은 비데기와 핸드드라이어가 구비되고 간편한 파우더룸까지 갖추었으며 흙운동장은 천연과 인조잔디를 겸하고 필드까지 갖춘 시설로 변했다.

매일 게양식과 하강식에 국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려 서기도 하고 전도에서 참여하는 교련 실기대회를 하면서 고교생들은 총을 들고 시가행진을 하기도 하였다. 검정교복, 용의검사, 삐걱거리던 의자와 책상, 빡박머리와 단발머리, 여학생은 흰색 카라를 착용하고 남학생들은 모표와 명찰을 훈장처럼 달고 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명찰을 부착하는 것도 인권을 운운한다.

도시락은 혼분식 밥과 단무지와 멸치나 어묵 그리고 계란 정도였다. 요즘은 현대화된 식당에서 친환경급식이다.

지금처럼 보편화된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교실에서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학생들은 더 이상 없고 정보 검색능력이 교사들보다 뛰어나다.

인생의 길은 외길이라 했다. 저마다 아득한 기억이 남아있는 추억의 교실을 반추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일 듯하다.

<김관형 제주중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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