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태풍으로 호되게 얻어맞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흘러 치유되면서 가을 들녘은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부터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는 성균관유도회 제주특별자치본부(본부장 강상률 이하 제주본부)가 주관이 되어 유도회 제주본부 어르신들을 모셔 기로연을 베풀었다.
기로연은 1395년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고 4년 후 60세가 되어 스스로 기로소에 들어가 학문과 덕행이 높은 고령의 신하들을 모아 잔치를 베푼 것이 효시가 되었다. 잔치에 참여한 신하들은 정2품 벼슬을 지낸 70세 이상 문과출신들만 참여 할 수 있었으며, 참여자들에게는 투호놀이 등을 즐기며 풍악을 울리고 권주를 나눴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에서도 1702년 숙종(28년) 11월 19일 병마수군절제사 겸 제주목사인 이형상이 관덕정 앞뜰에서 경로잔치를 성대히 베풀었다고 한다.
그런데 국가의 격동기인 일제식민지시대와 4·3사건. 6.25동란 등으로 기로연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고 김대중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왕명에 의한 전통 고유문화인 기로연을 재현하라는 지시로 전국 향교를 중심으로 유림이 일제히 거행됐다. 제주에서는 2000년 12월 16일 제주향교에서 도내 연로 유지 160여 명을 모시고 제1회 기로연을 베풀어 올해 제20회를 맞이했다.
우리고유의 전통문화를 전승보존하고 노인을 공경하며 충효사상 고취와 유림사회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내 거주자 노인 1000여 명을 모셔서 기념품, 점심 등을 제공했고, 식전행사로는 성읍민속보존회 풍물팀이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강상률 제주본부장은 "서구문명의 영향으로 날이 갈수록 도덕적 가치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이 위기"라며 "인성교육과 우리 전통문화를 존속하는데 전 국민이 노력해야 함은 물론, 건전한 사회풍조 조성에 우리 제주유림들께서 앞장서서 다음세대들의 올바른 문화창달을 세워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