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라산둘레길에서 이뤄진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에서 서귀포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이겸 사진상담전문가의 사진을 통한 상담 프로그램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겸 제주 유일 사진심리상담가 '눈높이 소통' 꿈·미래직업 구체화 교육… 정화활동도 전개
"목요일은 어떨까?"
자신들이 고른 사진 한장으로 시작하는 심리상담시간은 사춘기 아이들의 행동처럼 독특했다. 그것도 닫힌 상담실이 아닌 열린 공간인 숲에서 던진 단 한가지의 공통 질문. 시작은 막연해 보였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은 달랐다. 자신이 고른 사진을 보고 '목요일은 어떨까'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답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목요일은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조금 절망감이 있지만 금요일은 더 희망적이예요. 일주일에 딱 하루, 목요일에 합기도를 가는데 학원에 가는 것보다 운동하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음료수 사진을 골랐는데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23일 한라산둘레길에서 이뤄진 숲학교를 찾은 서귀포중학교 새내기 37명이 자신들의 고민과 꿈을 풀어내며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에 또다른 소중한 기억 하나를 저장했다. 여기에 이겸 사진심리상담사가 실내교육과 야외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심리를 상담하고 꿈을 이루는 과정과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 등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특히 제주 유일의 사진심리상담사인 그는 사진가이자 작가, 전시기획자, 여행가, 기자 등 10여개의 직업을 가졌거나 갖고 있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직업 소개와 함께 사춘기 아이들의 돌출적 반응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며 즐겁고 유익한 소통을 이어갔다. "직업은 사라질 수 있지만, 꿈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에 힘을 보탰다.
"꿈을 이루려면 닮고 싶은 사람을 찾고,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보면 꿈이 더욱 뚜렷해 질 수 있다"는 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숲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에서 서귀포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직업에 대한 주제로 이겸 사진심리상담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학교에서 서귀포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무오법정사 항일기념탑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민준 학생은 "수업진행이 학교와는 너무 달라 독특하고 재미있다"며 "숲에 들어와 친구랑 꿈을 이야기하고 함께 솔방울야구도 하고 재미있는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김관우 학생은 "서울에서 내려온지 3년째인데 제주는 바다와 산, 숲이 가깝게 있어 너무 좋다"며 "오늘 체험은 자유학기제 야외활동 중 최고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왕가현 학생은 "새 사진이 딱 눈에 띄어 골랐다. 사진 속에는 제가 길을 걸어가는데 새떼에게 공격을 당하는 친구의 비명을 들었고, 친구를 돕기 위해 몽둥이를 휘둘렀는데 오히려 친구를 다치게 했다"며 "도와주려했는데 오히려 친구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진 한장에서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점을 깨닫는 한편, 상상력을 발휘해 상담과정에서 작가의 소질이 있다는 상담 선생님의 칭찬도 들었다.
이날 아이들을 인솔한 오현숙·김영순 교사는 "숲에서 이뤄지는 숲학교에 더 많은 아이들이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친구들과 힘껏 뛰어놀며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여러가지 자유학기제와 관련한 야외체험활동이 더욱 풍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담을 끝낸 아이들은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을 걸으며 오랜만에 흙을 밟았다. 그리고 숲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고지천(계곡)을 찾아 물에 비친 파란하늘과 형형색색의 단풍도 구경하며 한나절을 숲에서 보냈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한 '숲학교'가 천방지축 알록달록한 이야기로 꾸며지며 단풍처럼 곱게 물들고 있다.
서귀포중학교 학생들이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에서 자연 정화활동도 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