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기관장 "이제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

구사일생 기관장 "이제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
창진호 기관장 이씨 등 선원 13명 구조
선장 황씨 침몰 직전까지 남아 구조요청
구조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져
  • 입력 : 2019. 11.25(월) 17:55
  • 김현석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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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등이 다 넘어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봤더니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어요. 처음에는 '아 이제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5일 오전 6시 5분쯤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63㎞ 해상에서 전복된 통영선적 창진호(24t·승선원 14명)의 기관장 이모(39·경남 통영)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씨는 "사고 당시 바람이 많이 불었고 파도가 높게 쳤다"며 "기관실 문이 있는 곳으로 평소 들어오던 수준을 넘어선 많은 양의 물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당시 마라도 인근 해상에는 풍랑특보로 인해 파도 높이가 최대 4m를 기록했다.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창진호는 양망 작업 중 큰 파도를 맞아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사고 직후 선원들은 구명조끼를 꺼내 입고, 창진호 선장 황모(61·경남 통영)씨는 조타실로 들어가 오전 6시 5분쯤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씨 등 선원 일행은 구명벌(구명뗏목)을 작동시키기 위해 시도했지만, 구명벌이 작동되지 않았다. 나중에 펼쳐진 구명벌에는 4명의 선원만 탑승했으며, 높은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떠밀린 선원들 중 이씨를 비롯한 5명은 배에 있던 동그란 부표(구명환)를 잡고 2시간이 넘는 시간을 바다에 표류했다. 실종자 최모(66·경남 고성)씨를 제외한 나머지 선원 13명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이씨는 "선장은 침몰 직전까지 조타실에서 구조 신호를 계속 보냈다"며 "돌아가신 분도 10년 넘게 같이 일하던 분들인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선장 황씨는 의식 불명 상태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오전 10시 20분쯤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선원 강모(69·경남 고성)씨와 김모(60·제주시)씨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선원들은 모두 저체온증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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