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 도항선 분쟁을 끝내지 않으면 오는 4월1일부터 마을 항구 사용 허가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제주시의 방침에 1도항선사와 2도항선사가 '상생협력 협약서'를 마련해 시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제주시 등에 따르면 비양도천년랜드(이하 천년랜드)와 비양도해운은 '오는 4월말까지 도항선 운영 방안에 대해 양측이 서로 협의한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지난 23일 시에 제출했다. 또 이 협약서에는 비양도해운은 천년랜드가 오는 4월30일까지 마을 항구 내 공유수면을 점·사용하는 것에 동의하고, 만약 4월 말까지 양측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협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시는 비양도 제2도항선 취항을 놓고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등 마을 내 갈등이 계속되자, 두 선사를 상대로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오는 3월31일 만료하는 양측의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모두 연장하지 않고, 대신 한림항-비양도 항로에는 행정선을 띄우겠다고 통보했다.
시는 올해 1월 두 선사의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갱신 또는 새롭게 내줄 때 이런 내용의 부관(附款·조건)을 달았다.
천년랜드는 지난 2017년 한림항-비양도 항로에 가장 먼저 취항한 제1선사이고, 비양도해운은 뒤어어 취항한 제2선사다. 천년랜드는 비양도 60가구 중 53가구를, 비양도해운은 천년랜드에 출자하지 않은 나머지 7가구의 가족들을 주주로 뒀다.
그동안 비양도 항로에 홀로 취항해 온 천년랜드는 지난해 제2선사 취항 소식이 전해지자 시를 상대로 '시가 제2선사에 내준 공유수면 점·사용허가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신청과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본안소송을 제주지법에 잇따라 제기했다.
지난해 제기된 '1차 가처분 소송'에서는 제주시가 패소했다. 시는 이후 제2선사에 내준 기존 허가를 취소하는 대신 제2선사가 올해초 새로 신청한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수용했는데, 천년랜드는 이에 반발해 며칠뒤 같은 취지의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와 달리 2차 가처분 소송에서는 2심까지 모두 제주시가 이겼다.
앞으로 양측이 협의할 안건으로는 두 선사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천년랜드는 주주총회를 소집해 통합 선사 운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양측이 협약서를 마련했지만 시가 이 협약을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천년랜드는 소송을 접을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천년랜드 측 변호사는 "가처분 결정에 대해선 대법원에 재항고할 계획이고, 본안 소송도 취하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
시 관계자는 "소송이 취하되지 않아 부관을 이행한 것으로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협약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시의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