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철쭉과 조릿대
5년간의 조릿대 연구의 마지막해 한라산 철쭉의 변화
  • 입력 : 2020. 06.12(금) 11:56
  • 고귀헤 시민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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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목에서 둘레베기를 한 곳의 사진이다. 철쭉이 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이맘때였나? 조릿대 연구를 보러 세계자연유산본부 직원들과 박사님들과 함께 한라산을 올랐다. 조릿대가 한라산을 장악하고 있는 걸 알았지만 식생의 변화가 생긴 걸 그때 알게 됐다. 5년 계획의 조릿대 연구는 말 방목, 둘레베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릿대 생태계를 살펴보는 연구이다. 그 연구의 결과를 보고 싶기도 하고 한라산의 철쭉도 보고 싶어서 한라산에 올라갔다.

영실코스를 출발해 2시간 정도 지나자 선작지왓에 도착했다. 핑크빛 물결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이거구나! 이것을 위해 5년간 연구를 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라산 능선으로 넓게 펼쳐진 꽃밭은 겨울의 한라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내뿜었다. 선작지왓은 물론 족은 윗세오름에서 바라보는 철쭉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사진을 계속 찍게 만들었다. 어떤 분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풍경 잘 찍으시냐며 본인 핸드폰을 주며 찍어달라고 하는 분도 계셨다.

선작지왓부터 장구목 그리고 남벽분기점까지 가며 조릿대 연구지를 살펴보았다. 말을 방목한 곳에는 조릿대와 함께 대부분의 식물이 없어졌지만 철쭉과 진달래를 둘레베기한 곳에는 꽃이 만발했다. 둘레베기는 식재목 주위를 중심으로 30~ 60cm부분을 풀베기 및 잡관목을 제거하는 것이다. 진달래와 철쭉 주변의 조릿대를 베었다. 진달래와 철쭉이 조릿대에 묻히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해준 것이다. 그 효과는 예전만큼의 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봤을 때 우와! 하며 감탄을 할 정도의 꽃이 피었다.

올해는 한라산 조릿대 연구의 마지막 해이다. 작년과 올해의 연구 활동을 보면 확실히 진달래와 철쭉이 많이 자란 것이 보인다. 내년은 어떻게 될지도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조릿대가 한라산을 장악한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생태계의 변화를 인간의 힘으로 바꾸는 건 어렵다. 하지만 한라산에 핀 철쭉을 보니 앞으로 더욱 많은 꽃을 보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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