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 지킴이 노거수는 팽나무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특히 제주는 비도 많이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지만 해안에서부터 한라산 고산지대까지 기후에 따라 식물들의 고루 분포하여 식물의 보고라고 말한다.(2천여 종) 식물의 창고라 한다면 역시 곶자왈과 오름을 뺄 수 없고 그 중 가장 많은 식물들을 품어 사는 한라산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한라산에 노거수가 있을까?
제주에서는 과거에 오로지 섬 안에서 모든 생활의 재료를 구입해야 하였기에 대나무를 심어 가정에서 쓰는 구덕 등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였고, 산과 들에 고목으로 자라던 나무를 캐어 집도 짓고 배도 만들고 농기구, 남방아, 절구 등을 재료로 사용하였기에 아름드리 노거수는 많지 않다.
마을 안으로
제주에서 마을을 지키는 정자나무는 대부분 폭(퐁)낭(팽나무)이다. 팽나무는 노거수가 되기 전 속이 점차 썩어들어 가기 때문에 가구재로 사용하거나 집을 짓는데 사용하기는 약하기 때문에 다른 나무에 비하여 크게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폭낭 사촌격인 느티나무, 검퐁나무가 있지만 느티나무는 사용도가 다양하여 노거수 보기가 어렵다. 지금도 제주도 대다수 마을을 지키는 나무는 폭낭이다.
1970년대까지만 하여도 기계농업의 활발하게 움직일 때가 아니었기에 여름이면 마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시원한 폭낭 그늘로 찾아온다. 어른들은 장기, 바둑을 두고 아이들은 공기,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등을 하며 무더위를 보낸다. 정자 퐁낭그늘에서 놀았고 어른들은 마을에 돌아가는 모든 일을 거념하는 장소였다. 곧 정보제공 장소라 할 수 있다. 1960년 들어서면 농촌계몽사업으로 4-H가 활발하게 움직일 때 지덕노체라고 클로버 4개의 잎에 쓴 글들을 보았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은 어떤 마을 안에 그 글이 새겨진 시멘트 벽보가 보인다. 이러던 시절에 폭낭그늘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러면 느티나무나 푸조나무(검퐁낭)
느티나무와 산벚나무는 단단하기도 하지만 결이 고와서 가구재로는 최고라 할 수 있었다. 검퐁낭이나 팽나무는 살래 정도로 사용하거나 소품생활용구(솔박,되왁새기,남방아,낭확,덩두렁막게 등)를 만드는데 사용했을 것이고, 느티나무로는 큼직한 생활용품인 고기잡이 배, 상방마루 널, 난간마루 널, 딸이 시집갈 때 괘짝, 쌀독인 뒤주 등을 만드는데 사용했을 것이다. 육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동나무는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는 성장과정에 많이 부러지고 약하기 때문에 느티나무가 최고의 가치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제주문화의 한 획을 그었던 마을의 퐁낭문화도 새마을 사업이 진행되면서 1980년 이후부터는 마을 확장공사로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잘 보호하고 관리하여 과거의 명성만큼은 못하지만 동네어른들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들이 제법 있다.
애월읍 중산간 상가리 마을 노거수
10여 년 전 성읍리 관청 내 팽나무가 제주에서 최고령 노거수라 하였는데 태풍으로 인해 쓰러져 죽었으며,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에 새천년 나무라 하여 1천년된 비자나무가 있다면 상가리에는 1천년이 되었다고 하는 팽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1982년 10월에 보호수로 지정(13-6) 되기까지 마을 원로들 말씀으로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태풍이 불때마다 가지가 부러지는 수난을 당하고 골목길을 막아 우마차가 다니기 불편하다고 잘라내고, 밑 둥에 속이 다 썩어 비어서 넘어질 위기까지 왔었지만 동네 어른들은 그런 위기 때마다 잘 대처해서 지금까지 열매도 맺고 잘 살고 있는데 앞으로도 1000년만 더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한다고 했다. 과거 어렵게 살던 시절만 하여도 폭낭에 올라가 폭을 타 먹고 폭총을 만들어 쏘기도 했으며 생이총(새총)이 재료도 되었다고 한 어르신은 전한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마을 어른들께 당부를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을 어르신 해설사를 양성해 상가리 어르신해설사가 떴다 하면 상가리와 이웃마을까지 싹다 소개하는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요즘 마을 원로들 스토리텔링으로 인기 만점이다. 상가리는 서부지역 산간 마을로는 한립읍 명월과 애월읍 상가리가 최고의 선비고장이며 역사문화의 고장이라 할 수 있으니 재원도 충분하다. 목명찰 단 어르신들 해설사가 마을 소개하는 그날을 기대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