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홀대' 근거있나?

[팩트체크]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홀대' 근거있나?
서울현충원 안장 요구 제기되면서 서울-대전 '차등' 인식 퍼져
국립묘지법상 차등없어…서울장군묘역 꽉 들어차 대전으로 안내
  • 입력 : 2020. 07.14(화) 08:46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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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장군 향년 100세 나이로 별세.

6·25전쟁에서의 영웅적 전과와 일본군 간도특설대 장교 전력으로 명암이 교차하는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장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13일 유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대전현충원 안장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친일전력 국립묘지 부적격' 주장과 별도로 서울현충원 안장요구 제기

14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는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 등의 안장 대상자 자격이 명시돼 있는데, 백 장군의 경우 '상훈법 제13조에 따른 무공훈장을 수여받은 사람으로서 사망한 사람', '장성급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ㆍ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 등 2개 항목에 해당됐다.

 백 장군의 장지와 관련한 주된 논란은 역시 고인의 친일 이력을 감안할 때 국립묘지에 안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인데, 대전현충원 안장으로 최종 결정이 나고부터는 논란의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육군협회와 재향군인회, 상이군경회 등 예비역 모임과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일부에서는 대전현충원 안장이 서울현충원 안장에 비해 백 장군을 덜예우한 것이라는 이른바 '홀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대전현충원은 서울현충원에 비해 열등한가",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 차이가있다면 당연히 서울로 모시는게 맞고 차이가 없다면 본인이 원한 대전으로 가는게 맞다"는 등의 글이 SNS상에 여럿 올라왔다. 결국 두 현충시설 간에 우열의 구분이 있느냐는 물음이다.

 ◇서울현충원이 대전현충원에 비해 30년 먼저 조성돼

 우선 두 시설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식 준공 시점을 기준으로 서울현충원이 30년 앞선다.

 원조 현충시설인 동작구 서울현충원은 국군묘지로 1950∼1960년대에 걸쳐 조성됐다.

 서울현충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6·25전쟁중인 1952년 11월 정부는 군묘지설치위원회를 구성했고, 6·25전쟁 종전후인 1953년 9월 이승만 당시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군 묘지 부지로 현 동작구 부지를 확정했다.

 공식적으로는 1955년 7월 설립된 서울현충원에는 1954년 3월 정지공사 착공 이래 3년에 걸쳐 묘역(23만8천17㎡)이 조성됐고 1968년 말까지 광장(9만9천174㎡), 임야(91만2천400㎡) 및 공원행정지역(17만8천513㎡)이 조성됐다.

 6·25전쟁 전사 장병 위주로 안장이 이뤄지다 1965년 국립묘지령을 통해 애국지사, 경찰관 및 향토예비군까지로 대상이 확대됐고 2005년부터 소방공무원과 의사상자도 안장 대상에 포함됐다.

 대전현충원은 서울현충원의 수용 공간이 한계에 이르면서 박정희 정부때인 1976년 4월 충남 대덕군 유성읍(현재는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현 위치에 추가 현충시설로써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1979년 본격 착공해 1985년 전체 면적 약 322만㎡의 현 대전현충원이 준공됐다.

 ◇두 시설 사이에 차등은 있나

 그렇다면 두 시설 사이에 차등이 있을까?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같은 국립묘지로서차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립묘지별 안장 대상자를 적시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도 서울현충원, 대전현충원, 연천현충원은 한 항목으로 묶여 있다. 법률상으로도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현충일 추념식도 2017년과 2019년은 서울현충원, 2018년과 올해는 대전현충원에서 각각 거행됐다.

 국방부와 보훈처는 먼저 지어진 서울현충원의 장군묘역이 다 찬 이후 자격요건을 갖춘 장성 출신자들이 사망하면 원칙적으로 대전에 안장해왔다고 설명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서울현충원의 장군 묘역은 1996년에 다 찼다"며 "그 이후 유골함에 담아 봉안하는 것 외에는 (매장의 경우) 대전 현충원으로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 최초의 4성장군이었던 강기천 전 해병대사령관, 이병문 전 해병대사령관등도 작년 별세후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들도 백선엽 장군과 마찬가지로 6·25에 참전했던 예비역 장성이었다.

1996년 이후에도 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예비역 장성이 있긴 했지만 이는 본인의 뜻에 따라 장군묘역이 아닌 타 묘역에 안장된 예외적 사례였다.

 지난달 21일 별세한 황규만 전 육군정보처장(예비역 육군 준장), 2013년 11월 별세한 채명신 예비역 중장의 경우 각각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부하 장병이 있는 묘역에 묻어 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현충원 내 장병 묘역에 묻혔다.

 ◇대전현충원 안장 '홀대'로 볼 근거 없어

 서울 현충원 안장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수도 서울의 상징성과 접근성, 평소 고인의 유지 등을 이유로 거론했다.

 권혁신 대한민국 육군협회 사무총장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백 장군님께서 평소에 6·25 전쟁 중에 함께 싸운 전우들 곁에 묻히고 싶다라는 유지가 있으셨기 때문에 유지를 받드는 차원에서 백 장군님의 장지는 참전용사들이 잠들어 계신 서울현충원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권 총장은 이어 "서울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외국인 참배객들을 생각한다면 지리적으로 보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 모시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주장과 함께 국가 안보교육의 현장으로서 서울현충원이 보다 적합하다는 데 많은분들이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은 서울현충원의 장군 묘역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대통령이 결단하면 서울현충원 안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대전현충원 안장을 '홀대'로 볼 객관적 근거는 없다. 다만 한국전쟁에서 큰 전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백 장군에 대해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라는 '예외적인 요구'만 있는 셈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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