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만 키우나요?

아이는 엄마만 키우나요?
모성이데올로기가 여전한 시대에서 일하는 엄마로 살아가면서
  • 입력 : 2020. 10.07(수) 14:00
  • 김은정 시민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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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겪은 일이다. 프로젝트를 앞두고 대학에서 면접을 볼 일이 있었다. 제출한 서류는 통과되었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연히 업무와 관한 지식과 내가 가진 역량을 질문할 것이니 자료를 준비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네 명이 면접관(남성 3명, 여성 1명)들이 업무 관련 질문을 몇 가지 던지더니 그 중 남성 면접관 한 명이 내게 서류에는 없는 민감한 사항을 물어봐도 되냐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그가 던진 질문은 혹시 결혼을 했는지, 아이가 있는지, 있다면 막내가 몇 살 이냐고 물었다. 결혼은 했으며 아이가 있고 막내는 일곱 살이라는 답을 했다. 면접관은 곧 야근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내 귀를 의심했다. 나보고 야근을 할 수 있겠냐니.

질문의 요지는 아이가 일곱 살이면 엄마 손이 많이 가는 때인데 보고서 작성을 하려면 며칠 동안 밤늦게 퇴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일을 할 수 있겠냐는 거였다. 나는 되물었다. “아이는 엄마만 키우나요? 남편이 함께 육아와 가사에 동참해서 저는 일을 할 수 있어요,” 면접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만약 남성이었다면 그 면접관은 그런 질문을 했을까? 지금은 2020년이다. 나는 일을 하고 있고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모성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있다. 여성은 어머니로서 정신적, 육체적 본능이 있고 이로써 여성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관념이나 신조를 말한다.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엄마로써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한다는 말이다. 엄마는 아이를 낳았으므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을 소중히 하고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가 나갈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는 나 혼자 낳은 걸까? 아빠는 육아 책임이 없는 걸까?

저출산 시대란다. 국가에서는 가임기 여성이 출산을 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해마다 만들어 낸다. 그래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난리다. 아이 때문에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묻는 이 사회에서 출산을 한 여성이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까? 적어도 내 딸은 미래에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면접을 보고 난 후에 화가 났다. 설사 내가 뽑히더라도 난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사고를 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나 역시 당신들에게 나의 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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