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처참한 재난의 경험 속 보석 같은 순간들

[책세상]처참한 재난의 경험 속 보석 같은 순간들
김은지의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 입력 : 2021. 01.08(금) 00: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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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재난의 경험 속에 마주했던 보석 같은 순간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김은지 원장의 에세이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다.

김은지 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스쿨 닥터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단원고로 가서 아이들을 돌봤다. 정신과 의사를 위한 행정적 지원도 없었고 학교 안에 마땅한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는 것"이라며 학교로 향했다.

상대방에게 말하듯 써 내려간 그의 글은 연대, 돌봄, 치유, 성장으로 나눠 실렸다. 세월호의 상처를 중심에 두고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함께 견뎌주고, 살아내고, 사랑하고, 꿈을 꾸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가 말하는 연대는 도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사람들의 뜻에 동의하고, 서로 더불어 행동하는 걸 의미한다. 그는 인간의 회복 탄력성을 분석한 유명한 연구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가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믿을 만한 어른이 되고, 보호받을 수 있는 복지 시설을 늘리고, 그들을 키우는 지역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울이 찾아왔을 때 극복하는 법도 꺼냈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얼어붙은 몸을 달래듯, 긴긴 눈물 끝에 드러난 마음의 바닥을 어루만지며 스스로를 위로해주라는 것이다.

그는 1년 6개월 동안 만났던 단원고 아이들이 졸업할 때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더 힘들어했던 아이들이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으로서의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김 원장은 진정한 평안과 감사는 "자신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아집을 내려놓을 때" 온다고 했다. 마음의숲.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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