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코로나19가 창궐한지 벌써 만 2년이 돼가고 있다. 2019년 말 코로나 감염자들의 모습을 담은 중국 우한발 뉴스는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때만 해도 특정국가의 불행으로만 여겨졌다. 이후 불과 몇달새 코로나가 지구촌을 맹폭하기는 했지만 그때도 "얼마 안가 끝나겠지"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던 작년 여름에도 모두가 그랬다. "내년 여름은 하늘길이 뚫리겠지"라고. 하지만 코로나는 지금 모두가 보듯 그 맹위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종식은 커녕 기약없는 처절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국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지쳐가고 있는 때문일까, 곳곳에서 사람의 민낯인 '이기심'이 번져가고 있다. 이젠 방역과 함께 이기심과의 싸움도 한창이다. 생각이 다 같을수 없는게 세상사지만 그래도 공감대라는게 존재한다. 그 공감대를 이루는 감성적 행동중 하나가 이른바 '눈치'다. 팬데믹 시국, 가장 눈치없는 부류들이 바로 코로나 방역을 위태롭게 하는 이들일 게다.
코로나가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혼자사는 어르신과 아픈사람, 경제적으로 극한의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은 직격탄을 맨 몸으로 맞고 있다.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가 최근 충격적인 내용을 잇따라 발표했다. 올 4월 기준 제주지역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1년새 19%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27% 폭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한 소득 감소와 실직 등으로 위기가정이 증가한 때문이라고 연구센터는 설명했다. 연구센터는 그러면서 "빈곤과 불평등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복지기관 종사자들의 입에서 나온 사회복지 현장 상황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혼자사는 어르신들,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 다섯분이 돌아가시는 것을 목격했다"는 어느 종사자의 말은 팬데믹 시국 무너진 복지서비스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은 더욱 혹독하게 코로나를 겪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온 가업을 포기했다"며 고개를 떨어뜨린 어느 요식업 사장과 "빚을 내기도 이젠 여력이 없다"는 고깃집 사장의 한탄, "일이 없어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다"는 어느 일용직 노동자의 슬픈 목소리는 이젠 낯설지도 않다. 1년여 만에 자영업 시장이 사실상 붕괴됐음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는 있다고 하지만 도내 대다수 관광업계의 보릿고개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버티고 버티면 좋은 날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거두지 않는 이들이 있는 반면 단속의 눈을 피해 음주가무를 즐기고 여론을 무시한채 집회와 모임을 강행하는 등 같은하늘 아래 방역수칙을 나몰라라하는 개인과 단체, 조직이 적지 않음에 씁쓸함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특히 2021년 여름 더욱 화를 더 돋우는 것은 K방역을 정쟁화하는 정치인들의 가벼운 입들이다.
작금의 코로나 상황을 보면 올해안으로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할 듯 싶다. 내년을 기대할 수 밖에. 다행히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년 여름, 집 콕이 아니라 어딘가로 떠났을 나를 기대해본다. <김성훈 편집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