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 출자·출연기관 퍼주기 '그만' 샐러리 캡 도입되나

[초점] 제주 출자·출연기관 퍼주기 '그만' 샐러리 캡 도입되나
제주도의회 분석 결과 한해 사이 지원 규모 15% 늘어
세출예산 대비 지원 비중 9개 광역도 중 3번째로 높아
"3년 평균 증가율 넘을 수 없게 상한선 설정 고려해야"
  • 입력 : 2021. 08.26(목) 09:26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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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13곳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제주도의 재정 지원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샐러리 캡(salary cap)을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샐러리 캡은 스포츠 업계가 활용하는 제도로 한 팀에 소속된 선수 연봉의 총액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이 샐러리 캡을 13곳 출자·출연기관에 그대로 적용해, 재정 지원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입법담당관실이 분석한 '2020년 출자·출연기관 및 지방공기업 결산·경영성과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는 13곳 출자·출연기관과 도내 3곳 지방공기업에 전년(2533억원)보다 14.9% 줄어든 2157억원6000만원을 지원했다.

제주도는 이들 기관·공기업을 상대로 토지 등 현물 투자, 현금 지원, 대행사업비 등으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총 지원 규모가 줄어든 것은 3곳 지방공기업에 대한 출자·출연금에 더해 대행사업비가 1년 사이 48.7%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13곳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액은 지난해 1539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5.9% 증가했다. 재정 지원 규모가 적으면 재정 자립도가 높다는 걸, 반대로 많으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는 타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재정을 13곳 출자·출연기관에 지원하고 있었다. 지난해 13곳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액은 제주도가 그해 쓴 총 세출예산의 2.6%를 차지해 경기도와 전라북도(2.8%)에 이어 전국 9개 광역도 중 3번째로 비중이 높았다.

또 13곳 출자·출연기관은 타 지자체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관장의 평균 연봉(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 클린아이 공시 기준)은 1억1600만원으로, 9개 광역도 중 가장 높았고, 일반 정규직의 평균연봉도 6100만원을 조사돼 9개 광역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3곳 공기업의 경우 지난해 재정 지원 규모가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양호한 경영 실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3곳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888억원으로 2019년(937억원)보다 5.2% 감소했다. 특히 제주관광공사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도의회 정책입법담당관실은 13개 출자·출연기관과 도내 공기업에 대한 재정 의존도를 줄이고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수익 사업 발굴과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샐러리 캡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 기관·공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증가율이 직전 년도 3년 평균 증가율을 넘지 못하게 하거나, 세출 예산 증가율을 초과하지 못하게 법적 근거를 명시하는 방식이다. 샐러리 캡을 도입하려면 '제주도 사무의 공기관 등 대행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의회 정책입법담당관실 관계자는 "출자·출연기관들이 하는 사업들은 공기업이 하는 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부족해 재정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늘어난 측면이 있지만 무한정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지원액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며 "다만 샐러리 캡을 실시하려면 결국 조례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도입 여부는 각 도의원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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