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중·장년 관객과 교감 "욕망에 충실하라"

[현장] 제주 중·장년 관객과 교감 "욕망에 충실하라"
제주문화예술진흥원, 극단 가람 초청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
배우 최종원 대사마다 객석 반응… 극 중 음악엔 박수 치며 호응
  • 입력 : 2022. 01.29(토) 15:4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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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초청 공연된 극단 가람의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 사진=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

몇 년 사이 마주한 객석 중에 가장 뜨거운 현장이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이나 탄식이 흘렀고, 극 중 음악엔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지난 28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의 풍경이다.

이번 무대는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의 새해 첫 기획 공연으로 마련됐다. 지난 연말 한라아트홀 소극장에 15회에 걸쳐 올렸던 제주 극단 가람의 '언덕을 넘어서 가자'를 초청해 이날 오후 4시와 7시 두 차례 무료 공연했다.

국내 대표 극작가 중 한 사람인 이만희 극본의 연극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2007년 초연작으로 이미 국내 연극계에서 여러 배우들에 의해 무대화가 잇따른 작품이다. 나이 들어서도 자식들 뒷바라지로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하거나 외로움에 사무치는 황혼의 나날 속에 첫사랑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뒤늦게 생의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세 주인공의 여정을 담았다.

극단 가람의 작품은 이상용 연출로 고물상 주인 완애 역에 이동훈, 완애의 고물상에 얹혀살며 툭하면 게임으로 돈을 날리는 자룡 역에 최종원, 최연장자 보험설계사로 힘겨운 생을 꾸리는 다혜 역에 김금희가 출연했다. 원작을 바탕으로 등장 인물의 출생지나 성장 지역을 제주로 바꿔 청춘들과 다르지 않은 70대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열정을 80여 분간 무대에 풀어냈다. 이번에 대극장으로 공연장이 달라지면서 고물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무대 세트 보강도 이뤄졌다.

이날 두 번째 공연에는 중·장년 관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극은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이 하나둘 해결되면서 노년에 이르러 비로소 "욕망에 충실하라"는 말을 따르는 결말로 향하는데, 누구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을 것으로 보인다. 나훈아의 '테스형',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등 극에 쓰인 음악도 주 관객층을 고려한 설정이었다.

"넘겨짚다 인생을 망친" 완애가 다혜를 향한 진심을 드러내는 장면 등 시종 웃음이 터졌지만 사실상 극의 분위기를 끌어간 이는 자룡 역의 최종원 배우였다. 연극은 물론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낯익은 최종원은 실제 자신의 나이에 가까운 역할로 노련한 연기를 펼쳤다. 관객들은 그의 거의 모든 대사에 반응하는 등 높은 몰입도를 보였다. 지역 연극의 흥행에 필요한 연기자의 역할을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가람은 이 작품을 들고 도외 공연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최종원 배우가 출연하는 또 다른 작품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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