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교수(제주대 건축과)는 한라일보 1월24일자 논단(어린이교육시설의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하며)에서, 186억원을 들여 지어질 예정이라는 '유아체험교육원'을 어린이교육시설의 패러다임 전환의 사례라 주장하고 있다.
이석문 교육감이 초기에 표방했던 핵심가치는 ‘어린이들의 놀이는 최고의 배움’이다. 그가 대중 앞에 천명했던 것은, '기존의 것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차원의 놀이터'였고, 그래서 '제주자연과 역사 체험을 위주로 하는 유아전문 놀이터'였다.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진정, '놀이는 최고의 배움'이라는 발상의 전환, 놀이터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장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가? 우선 대상 부지는 제주시 외곽지 들판 지역이다. 접근성이 매우 불리하다는 뜻이다.
어떤 기자는 이런 말을 했다 한다. "부모가 데려다 줄 텐데 거리가 무슨 상관?" 그렇다. 자가용으로 부모가 데려와야 되는 곳이다. 게다가 186억원 예산은 어떤가? 186억원짜리 놀이터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놀이 종류와 품질은 또 어떤가? 바람소리 듣기, 물놀이, 모래놀이, 흙놀이, 블록놀이, 책놀이 등등 대부분 동네놀이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김교수는,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차원으로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예산도, 체험할 수 있는 놀이의 종류나 시설도 다른 지역의 것과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무엇이 그렇다는 말인가? 다른 지역에서는 1억~5억원짜리인데 제주에서는 186억원이라서? 아무 때나 할머니와 언니, 동생이 함께 통통거리면서 찾아가는 대신, 유아들에게는 접근성도 극히 불리할 뿐 아니라 야외놀이터라 연중 3~4개월은 이용조차 불가능한 곳이라서? 자연체험놀이터라면서, 나무를 잘라내고 잔디운동장을 밀어내어 지은 수백평 대형 건물 안에 달랑 책놀이방과 대강당과 대식당을 지어서? 감히, 이들을 패러다임 전환의 증거라 하려는가?
어린이들에게 놀이터는 접근성이 최우선이다. 놀이에 따라 교육효과가 엄청 달라지는 만큼, 어른들이 제공하는 놀이의 종류와 질, 그리고 양까지도 매우 중요하다. 어떤 '패러다임'에서도, 어린이들이 '쉽게' '신나게' '체험'할 수 없다면 '어린이놀이시설'이라 할 수 없다. 하물며 186억원이나 들여서 짓는 유아놀이터라면 더욱 그렇다. 참고로, 접근성 최고인 시내 한가운데 최근 지어진 호화로운 '책놀이터' 어린이전문도서관은 시설비 102억원이다. 10여 년 전 지어진 한라도서관은 75억원이다. 186억원짜리 '유아놀이터'의 진실은 무엇인가? 혹여 '벌거벗은 임금님'을 소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진실과 거짓이 함께 춤을 추는 선거의 계절이다. 교육감 선거공약을 근거로 지어진다기에 하는 말이다. 잠자다 깨어난 돌들이 소리치고,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는 시간이다. <김학준 제라헌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