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이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가들, '슈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점 위에 살았던 것이다."
'코스모스' 저자 칼세이건이 1990년 보이저 1호가 약 64억㎞ 밖에서 촬영한 작고 외롭게 떨고 있는 창백하고 푸르른 지구에 대한 아름다운 헌사이다. 이 헌사에 민주주의가 거론되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다.
인류는 고대 그리스에서 다수결과 대의제라는 민주주의의 원형(原型)을 출현시킨 후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최고의 발명품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체제로 지구상에 안착시켰다.
대의민주주의는 '주인'인 국민이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서 '대리인'을 선출하고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는 그 대리인이 책임윤리를 바탕으로 법과 정책 등 공동체의 과제를 해결하는 정치체제이다.
이러한 대의민주주의 작동기제의 중추인 선거과정은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이 창백하고 푸른 점 면적의 0.00067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은 2월 10일 발표된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2021민주주의지수'에서 일본 17위(8.15점), 미국 26위(7.85점)보다 높은 단계인 16위(8.16점)로 지난해 23위(8.01점)보다 순위가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수준이 코로나19와 권위주의 정치의 영향으로 하락했음에도 대한민국은 특히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부문에서 9.5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작동하는 체제이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그 주권을 행사하는 행위이므로 국민이 선거에 참여해 그 의사를 표현할 기회와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인류 전체의 근대성의 상징인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의사가 정확히 투영되는 초상화, 축소판이 되도록 선거과정이 자유롭고 공정해야한다. 선거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발현돼야 한다. 언론과 사회단체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도와주는 민주주의 토대인 공론의 장이 돼야 한다. 공론의 장이 붕괴된 곳에서는 민주주의 꽃은 고사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연히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변화에 맞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국민의 뜻이 선거결과에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선거를 관리하고, 투명하게 선거절차를 공개하는 등 엄정 중립의 자세로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다할 것이다. <이창술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