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형의 한라시론] 나에게 휴식을 허락하자

[유동형의 한라시론] 나에게 휴식을 허락하자
  • 입력 : 2022. 05.19(목)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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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에게 물을 주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인다. 미리부터 저런 생활을 하게 주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것이 정말 미안하다. 장모님의 갑작스러운 마음의 병으로 인해서 급히 시골 땅을 알아보게 됐다.

처제가 있는 대전 인근의 금산지역의 땅을 급히 알아보고 마련했다. 1년 동안 타이니하우스(농막)을 만들고, 올봄에는 여러 가지 나무들도 심었다. 문그로우, 블루앤젤과 같은 조경수, 대봉, 왕대추 같은 유실수도 심었다. 훵했던 밭이었는데, 제법 작은 농장 모습이 갖춰졌다. 일을 끝내고 주말, 휴가 때 시간만 나면 농장으로 달려간다. 나만 가는 것이 아니라 딸들과 아내도 같이 동행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렇게 설레는데, 우리 가족에겐 이 농장에 가는 것이 그렇게 즐겁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이름은 모르지만 아주 청명한 새소리가 들린다. 3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인데, 집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다. 이집에서 '왔는가?' 하고 인사하면, 저쪽 집에서 '잘 계셨어요?'하고 대답한다.

이장님이 외지에서 오시는 분들을 잘 챙겨주셔서 우리 집 이외에 12집이 전원주택을 짓거나 주말농장을 하고 있다. 서울에 살자니 늘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는데, 주말농장을 하고부터는 이런 마음에 병도 사라지고, 생활의 활력도 얻었다. 가족들이 다 같이 나무를 키우고, 채소도 키우고, 조그만 타이니하우스도 짓다보니, 가족들끼리도 더욱 더 친해졌다. 바로 뒤쪽 땅은 처제네가 구입하여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자기들은 자연농법이라고 하는데, 농사짓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온통 풀밭이다.

누가 뭐래도 처제 내외는 주말마다 달려와서 더덕도 두 줄 심고, 당근도 한 줄 심고, 조경수도 몇 그루 심어서, 그것들을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동서는 변리사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서, 기력이 없어서 비실비실했는데, 농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잠도 잘 자고 활력도 얻었다고 한다. 옆집 땅은 순천 교장 선생님이 구입을 하셔서 주말농장도 아닌 월말농장을 하신다. 3시간을 달려와서 3시간 고구마 한줄 심고 가는데도 그렇게 여기가 오고 싶으시단다. 자주 오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서 많이 아쉬워하신다. 가는 골 골짜기 카센터 사장님, 성황당 골짜기 경찰관, 꼭대기 밭 포크레인 사장님 등 각자 하시는 일들은 다르지만, 나만의 공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다시 힘을 얻는다.

사장님, 중견간부, 회사원, 프리랜서 등 각자 하는 일은 다를지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몸부림치면서 살아가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다. 쉼 없이 살아가다보면 과부하가 걸려서 쓰러진다. 아무리 급한 것이 있어도, 너무나 중요한 일이 있어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챙기는 것이다. 나에게 잠깐의 휴식을 허락하자. 작은 주말농장, 텃밭 같이 나만의 공간을 마련해서 휴식을 취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유동형 진로·취업컨설팅 펀펀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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