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만화적 상상력과 리얼리즘적 접근

[김정호의 문화광장] 만화적 상상력과 리얼리즘적 접근
  • 입력 : 2022. 06.21(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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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영화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외국인 감독과 배우가 우리나라에서 작업한 작품들이라는 데에 있다. 이들이 일본과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현재 영화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출연한 중국 배우 탕웨이는 '색계(2007)'에서 친일파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았다가 중국 대중의 비난을 받았고, 2010년 출연한 한국 영화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결혼해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4)'로 주연배우가 2004년 칸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는 성과를 올렸으나, 정작 일본에서는 왜 일본의 치부를 드러내는가 하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88년 스가모 사건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데, 가족과 어머니에게서 방치된, 아버지도 각기 다른 4명의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1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6년간 키운 아들이 병원에서 뒤바뀐 다른 가족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가 마주치게 되는 선택에 대해서 다룬다. '어느 가족(2018)'은 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할머니의 연금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연금을 받기 위해서 몰래 매장하고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 등 일본 사회의 불편한 사건들과 돈이라는 매개체로 만들어진 가족과 그 가족의 가장을 어린이 유괴범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다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이라는 주제와 관찰하듯 롱테이크로 담아내는 영상 등을 보면 '동경 이야기(1953)'의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떠올리게 하고, 일본 사회의 개인주의와 가족의 해체 등에 관한 관심은 그가 영화감독이 되기 이전에 TV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축적된 역량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사형제도와 옴진리교 사린 가스 테러 사건도 다뤘다. 이 감독은 판타지 영화도 사실주의 영화처럼 차분하고 관찰적인 영상으로 풀어낸다. 배두나가 주연한 '공기인형(2009)'에서는 혼자 사는 중년 남성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실물 크기 인형이 살아나서 마음과 감정이 생기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더풀 라이프(1998)'는 만약에 사람이 죽었을 때 천국으로 가는 중간지대에서 7일간 머물면서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하나만 가져가야 한다면 어떨까 하는 만화적 상상력을 실제 사람들, 배우의 인터뷰와 사실적 촬영으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 등 워낙 가족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드라마가 많은 한국의 관객들에게 오즈 야스지로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유럽이 선호하는 한국 감독들은 홍상수, 김기덕이고 할리우드는 봉준호, 황동혁이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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