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없어서도, 보여서도 안 되는] (3) 어선원 쟁탈전

[기획- 없어서도, 보여서도 안 되는] (3) 어선원 쟁탈전
외국인도 기피하는 '3D' 업종… 코로나에 어민 '이중고'
오랜 시간 바다 위 작업에 고강도 노동으로 만성적 일손 부족
연근해 어업 외국인 일손 의존도 높지만 선원 수급·관리 '헉헉'
코로나 후 인력 수급 빨간불… "외국인 몸값 담합·무단 이탈도"
  • 입력 : 2022. 07.18(월) 17:55
  • 강다혜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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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어준비는 어업인들.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어업은 산업 특성 상 해상에서 장기간 작업이 이뤄지는 데다 노동 강도가 높은 대표적인 3D업종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기피할 만큼의 노동량에 임금도 높지 않은 탓에 어민들에게 만성적 일손 부족은 낯선 일이 아니다.

■"요새 젊은 애들이 배 타캔 합니까? 기자님이믄 헐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내 30t 급 선박 2척을 보유한 선주 A씨는 "20년 전 처음 배를 몰 때만 해도 외국인 선원이라는 게 없었다"며 "약 10~12년 전부터 외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우리도 외국인 선원 13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외국인 없이는 어업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 불법도 천지"라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수산업계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고용허가제가 시작된 2004년 이후 본격화했다. 도내 6개 수산업협동조합을 통해 집계(추정)된 연근해 어업 외국인 선원 수는 2011년 643명, 2013년 838명 이후 2014년 1062명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이어 2017년 1278명, 2019년 1647명으로 지속 증가했으며 2020년엔 1592명, 지난해는 1475명으로 집계됐다.

내국인 근로자는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선불금을 요구하는 관행도 있고, 인건비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 외국인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등록 외국인근로자 수치를 더하면 수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외국인 체감 수는 집계된 수치보다 훨씬 높다.

외국인 일손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는 반면 선원 수급과 관리는 순탄치 않다. 어업은 조업 시기 별로 계절성을 띠지만 필요한 시기에 선원이 공급되지 않는 데다, 고강도 노동 탓에 양식업·제조업 등 타 사업장으로의 이탈률도 높다. 외국인 선원 쿼터량 자체가 한정적인 탓도 있다. 도내 6개 수협에 배정된 연도별 1~3차 인력 쿼터(선원취업비자(E-10))를 보면, 모슬포와 추자도 수협의 경우 1명도 배정받지 못하거나 3~6명에 불과한 해가 많았다. 규모가 큰 한림수협과 서귀포수협인 경우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80명 대까지 배정받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외국인 노동력에 기대 연명해 오던 사업장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수협 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난해 고용허가제로 입국이 예정된 어업 분야 배정 인원 가운데 입국자는 10% 미만에 그쳤다. 지난 5월 한림항 인근에서 만난 선주 B씨는 "2019년에 고용센터와 수협에 신청했던 선원들이 올해 들어서야 입국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빨간불'… "몸값 담합, 이탈까지" 어민 '이중고'

지속되는 인력난에 조업을 줄이거나 아예 출항을 못하는 어민들도 늘었다고 선주들은 전했다. 선박은 최소한의 기준 인원이 없으면 조업 자체가 힘든 데다, 겨우 인원을 채웠지만 코로나19에 감염돼 선장·선원을 포함한 전 인원이 격리되면서 출항을 못한 일도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B씨는 "일손이 없는 만큼 노동 강도가 높아지면서 경력자들도 배를 안 타려 한다"며 "배 운항을 하는 선장까지 조업에 투입되면서 선박 충돌사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도 부담이다. B씨는 "외국인 선원 1명 당 월급, 퇴직금, 숙식 등을 모두 합치면 4300만 원 가량 지출한다"며 "4대 보험 등을 합치면 한 해에 1억 가까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일손이 귀해지자 외국인 선원 사이에선 서로 인건비 액수를 공유하고, 그에 맞춰 각자 사업장에 급여 상승을 요구하는 '몸값 담합'이 벌어지고 있다고 어민들은 전했다. 불법 인력중개소 브로커의 개입도 있다. 늘어난 임금 부담은 어민들의 몫이다. 선주 C씨(제주시 한림읍·40t 급)는 "미등록 외국인의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니까 합법적인 경로로 취업한 선원들이 자괴감을 가지게 되면서 기존 선원들의 인건비도 상승했다"며 "우리는 바다를 오갈 때 해양경찰서에 출·입항 신고를 하는 등의 이유로 일용직을 쓰기도 어렵고, 숙련도가 요구되는 업무여서 등록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등록 외국인 선원에 대해 (당국이) 적발도 잘 하지 않는 데다,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이다. 그래서 선주들이 '벌금 몇 백만 원 내고 말지' 라는 생각으로 미등록 선원을 많이 쓴다"며 "정식 고용하는 선주 입장에선 엄청난 피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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