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가 도의회 추경 예산안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이하 지원금) 지급 계획을 공고하면서 '도의회 패싱' 논란이 일고 있는 등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과 제12대 제주도의회 간 협력 체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더욱이 제주도의 지원금 지급 공고와 관련해 행정부지사와 간부 공무원이 숙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도정 내부의 소통에 대한 문제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6일 제주도가 제출한 2022년도 제1회 추경 예산안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권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1동·이도1동·건입동)은 제주도가 지난 25일 도청 홈페이지에 지원금 지급 계획을 공고한 것을 문제 삼았다. 제주도가 지원금과 관련한 예산이 포함된 추경 예산안 심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원금 지급 계획을 공고했기 때문이다.
■ 예산안 심의중 행정부지사 모르는 공고.. 휴대전화로 확인 촌극
특히 공고 당일에 열린 행정자치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취약계층을 위해 지원금 지급 방식을 탐나는전 외에도 현금으로 지급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지만, 도는 회의 당일 탐나는전 지급 방식으로 지원금 계획을 공고 하면서 사실상 도의회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한권 의원은 구만섭 행정부지사에게 "어제 행자위에서 지원금 지급 관련해서 심사했고, 오늘 예결위 첫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도에서는 어제 지원금 지급 신청 공고를 냈는데 알고 계시냐"면서 "어떻게 예산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집행 공고를 낼 수 있냐. 부지사를 포함해 관계 공무원이 왔는데 (공고 사실을)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구만섭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휴대폰을 꺼내 이중환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이에 구 부지사는 "공고가 나갔다는 말씀이냐"고 역으로 한 의원에게 물었고, 한 의원은 "언론 보도를 보면 어제 지원 계획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공고가 났다"면서 "이미 제주도가 행정체제개편 위원회를 구성할 때에도 진행 사항을 도의회에 말조차 안해 패싱논란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구만섭 행정부지사가 "확인 해보겠다"고 말한 뒤 휴대폰을 꺼내 이중환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내용을 확인하자, 회의장에 있던 공무원들도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공고 내용을 확인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 한권 의원 "취약계층 고려 현금 지급 주문 고민은 해본거냐"
한 의원은 이중환 실장에게 "이제 행자위 추경 심사에서 의원들이 취약계층을 고려해 탐나는전 지급 외에 현금 지급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근데 수용여부도 검토하지 않은 채 당일날 탐나는전으로만 공고를 내는 것은 의회하고 소통을 안하자는 것이냐"면서 "많은 의원들이 주문하고 검토를 요구했는데, 아무것도 반영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인 행보를 보이면 의회는 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중환 실장은 "더욱 소통하도록 하겠다.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주도는 홈페이지에서 해당 공고문을 삭제했다.
집행부 공무원 등도 휴대폰을 통해 지원금 계획 공고를 확인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