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15)긴긴밤

[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15)긴긴밤
흰바위 코뿔소와 아기 펭귄, 길고 컴컴한 밤 기어이 밝히다
  • 입력 : 2022. 07.28(목)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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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입양, 이민자, 장애 등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 들어

"더러운 웅덩이에도 뜨는 별"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날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며
나만의 바다 찾을 수 있다면




이 책은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 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엉망인 발로도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잠이 오지 않는 길고 컴컴한 밤을 기어이 밝힌 것은, "더러운 웅덩이에도 뜨는 별" 같은 의지이고, 사랑이고, 연대이다.

(저자 루리, 출판사 문학동네)





▶대담자

▷노수미 :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그림책 읽는 어른 모임' 용회수, 이은혜, 현혜숙, 김미란, 이지연 회원

'긴긴밤' 읽기에 함께한 '그림책 읽는 어른 모임' 회원들. 왼쪽부터 김미란, 이지연, 현혜숙, 이은혜, 용회수씨.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노수미(이하 위원) :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용회수(이하 용) : 일단 먹먹한 기분이다. 이 책에는 많은 동물의 죽음이 등장한다.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며 동물들이 다른 동물을 돌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은혜(이하 혜) : 처음 이 책을 읽고 동물권, 뿔 사냥꾼, 입양, 이민자들의 삶, 장애, 홀로서기, 자식의 독립 등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이후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되어 여러 번 읽어도 계속 좋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어린 펭귄은 이름이 없다. 이름을 갖는다는 것이 독립된 주체로 홀로서기를 잘할 준비가 되었다는 걸로 받아들여졌는데, 이름을 갖는 그것만큼이나 유대, 연대,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별이 빛나는 더러운 웅덩이를 타박타박 걷고'라는 표현이 나온다. 만약 세상의 더러운 웅덩이를 혼자 걷고 있을 어린이가 있다면 그들에게도 이 책이 버팀목이 되어줄 것 같다.

▷현혜숙(이하 현) : 코끼리 할머니가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같은 문구를 읽으며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기대어도 된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처음에는 코뿔소 '노든'의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함께 있을 때 나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김미란(이하 김) : 이 책을 읽으며 어린이들 처지에서는 엄마가 돌아가시는 장면을 감정 이입해서 읽으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부모 처지에서는 코뿔소 '노든'이 어린 펭귄을 독립시키는 것처럼 우리도 아이를 독립시켜야 하는데, 사실 마음속으로 아이들이 독립해가는 과정이 서운할 때도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지연(이하 연) :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좋고 재밌다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인생의 전 과정을 그린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본 느낌이었다. '노든'이 살아가는 이유가 아내와 딸을 죽인 인간들에게 복수하는 것이었다가 나중에는 펭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기로 선택한 것이 가장 좋았다. 제목인 긴긴밤도 정말 좋다. 긴긴밤이 불안하고 힘든 밤이 될 수도 있지만, 살면서 꼭 필요하고 겪어내야 하는 밤, 피할 수 없는 밤 같다.



▷위원 : 만약 내가 코뿔소 '노든'이라면 안전한 코끼리 고아원을 떠나 미지의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까?

▷용 : '노든'도 다른 코끼리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라고 말해줘서 나갈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용기를 주면 나도 코끼리 고아원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혜 : 20대였다면 나도 나갔을 것이다. 지금은 편안함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좀 더 큰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경험을 하라고 그 애들에게 말하는 데 이게 말로만 하면 잔소리가 된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 같다.

▷김 : 지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늘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동안 남편이 믿어줘서 두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 : 나는 생각이 많아서 망설이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과거에 '해볼걸'이라는 아쉬움이 많다. 아마 코끼리가 '노든'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던 것은 코끼리들이 과거에 자연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연 : 50세가 되면 세계 일주를 하는 게 꿈이다. 젊었을 때는 케냐의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의 보호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예전에 TV에서 장애가 있어도 보디빌더가 된 여성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몸이 정말 아름다웠다. 나도 그렇게 도전하면서 살고 싶다.



▷위원 : 코뿔소 '노든'은 늘 살아남는 쪽이었고, 홀로 남겨진 슬픔을 감당해내야 했다. 만약 내가 '노든'이라면 살아남는 쪽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희생당하는 쪽을 택하겠는가?

▷연 : 나는 무조건 살아남는 것을 선택하겠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는 살아남았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큰 것 같다.

▷용 : '노든'이 살아남는 쪽을 선택한 게 아니라, 위기의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만약 나라면 사랑하는 다른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든'의 아내처럼 사냥꾼에게 돌격하는 선택을 할 것 같다.

▷현 : 만약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 같다. 그리고 '치쿠'와 '윔보'를 보면서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어도 그 둘은 똑같이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원 : 이 책에 등장하는 바다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공간으로 해석된다. 나에게 바다와 같은 존재 또는 대상, 목표가 있는가?

▷연 : 내게 바다란 '남편'이다. 남편이 바빠서 같이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 내가 많이 아팠을 때, 남편이 보여준 모습에 감동받아 살아가는 것 같다. 두 달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남편이 곁에 계속 있었다.

▷용 : 6살 많은 언니가 내게는 첫 번째 바다다. 우리가 어릴 때, 언니 친구들과 놀러 다닐 때마다 나를 기쁘게 데리고 다녀서 지금도 고맙다. 지금은 남편에게 지지를 많이 받고 있어서 지금의 바다는 남편이라 볼 수 있다. 바다를 목표라고 해석했을 때 '우리 아이가 자신만의 바다를 찾는 것'이 내 목표다.

▷김 : 바다는 나만의 정체성을 찾게 해주는 곳 같다. '노든'이 혼자 남겨졌을 때, 그에게 공감해줄 존재가 없었다. 이후 나만의 바다를 찾은 후 '노든'이 정체성을 찾은 것 같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그림책 읽는 어른 모임--------------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머님들의 모임입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 만나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통해 소통하고 삶을 배워갑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지역의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자원 활동, 소외된 아이들에게 '책 꾸러미' 전달, 책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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