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개수'만 문제?… MZ세대 "다닐만 해야 다니죠"

'일자리 개수'만 문제?… MZ세대 "다닐만 해야 다니죠"
제주도 'MZ세대 인식조사를 통한 세대 통합방안 연구' 보고서
  • 입력 : 2022. 07.28(목) 15:20
  • 강다혜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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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일자리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취업 이후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자발적 '니트족'이 됐어요", "조직 문화는 강하면서 업무 분담은 엉망이고, 일은 저연차 직원에게 몰리는 반면 배울 건 없고, 돈은 적게 주니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없죠. 그럼 젊은 사람들은 그만두는 거예요"

윤모(34·여·무직)씨는 대학 졸업 후 중소 물류기업으로 첫 취직에 성공한 후 만 2년을 채우고 퇴사했다. 이후 1년 6개월 간의 공무원 시험 준비를 거쳐 공직사회에 입문했지만 지난해 퇴사했다. 윤 씨는 "나를 전형적인 'MZ세대'라고 부르더라"라며 "기성세대는 MZ세대가 자기 할 말 다하고 싫은 건 안 하는 이기적인 세대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관례와 문화에 순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 청년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 1순위 '일자리 부족'

제주특별자치도는 최근 'MZ세대 인식조사를 통한 세대 통합방안'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는 미래발전 전략연구원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도내 거주하는 만 19~30세 이하 MZ세대 청년층 450명을 대상으로 올해 4월 20일부터 5월 10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주거 및 소비생활, 결혼과 육아, 경제 및 직장생활, 제주특별자치도 청년정책 등의 항목으로 이뤄졌다.

청년정책 관련 문항에서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 중 가장 심각한 문제'을 질문한 결과, 1순위로는 단연 '일자리 부족'이 꼽혔다. 이어 '임차, 내집 마련 등 주거 비용 부담', '급여·노동시간 등 열악한 근로조건' 등의 순이었다.

'제주도가 중점을 둬야 할 청년정책 지원 사업'에 대한 문항 역시 절반 가량이 '고용과 일자리'를 선택했다. '주거 환경'과 '고용과 일자리'도 뒤를 이었다.

그러나 취업난과 청년 니트 등의 사회적 문제가 일자리 수 부족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 취업난의 원인을 청년들의 지속적인 취직 실패로 볼 수도 있지만, 일터에서 지속적으로 머물지 못할 만한 환경이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이유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현 직장 사직 의향 있다… 낮은 임금·딱딱한 분위기"

취업 상태인 MZ세대에게 '직장문화 및 만족도'를 물은 결과, 1/3 이상이 현재 다니는 직장의 근무환경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직장이 어떤 직장인지' 물은 결과에 대해선 절반 이상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실천하는 직장'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현재 근무하는 직장을 그만둘 의향'에 대한 질문에서 40%에 이르는 응답자가 사직 의향을 보이고 있었다. 사직 의향을 비춘 이유로는 '낮은 임금'이 가장 많았으며 '비정규직', '승진의 어려움', '딱딱한 직장 분위기', '직장의 출퇴근' 등이 꼽혔다.

특히 응답자 1/10 가량이 현재 다니는 직장 상사가 갑질을 한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었고, 직장 내 성차별이 있다는 인식도 존재했다.

도내 한 은행에서 근무 중인 강모(30)씨는 "예전 세대들은 생계를 위해서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일했다고 충고하지만, 월급에 상응하는 만큼 충분히 일하고 있는데도 그런 말을 하면 전혀 와닿지 않는다"며 "어려운 준비 과정을 거쳐 겨우 취직했는데 일에 조금 적응이 되니 배울 점도 없고 내 성장을 위해 다른 일을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700억 제주도 청년정책?… "부정적" 혹은 "몰라요"

연구진은 "과거 세대들이 좋은 직장에 대한 인식과 다르다"며 "제주도는 직장 내 워라밸 직장문화 조성을 위한 행정적 지도와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제주도의 청년정책 지원 사업의 기여도 관련 질문에서 '기여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기여한다'는 의견보다 39.7% 포인트 더 높았다. 이는 제주도의 청년정책 지원 사업에 대한 청년세대의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제주도는 올해 총 94개 사업에 724억9300만 원을 들여 청년정책을 추진한다. 관련 부서는 총 29개 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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