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우의 월요논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즈음해

[남동우의 월요논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즈음해
  • 입력 : 2022. 08.01(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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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2022년 7월 28일 현대중공업에서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8200t급) 진수식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 내외 귀빈을 모시고 거행됐다. 지난 2019년 건조계약 체결 이후 2021년 착공식과 기공식을 거쳐 이날 진수식이 거행된 것이다.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한 정조대왕함은 기존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DDG Batch-Ⅰ)보다 제반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DDG Batch-Ⅱ) 3척을 획득하는 사업의 1번함이다. 정조대왕함은 SM-6 등 미사일 탑재가 가능해 탄도미사일 요격 및 전략표적 정밀타격 능력이 한층 향상됐으며,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첨단 통합소나체계 설치로 대잠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정조대왕함은 대한민국 해군의 최첨단 주력 전투함의 계보를 네 번째로 이어나가는 함정이다. 첫 번째 계보는 1998년에 취역한 광개토대왕함(DDH-Ⅰ)으로 대한민국 해군에서 최초로 개최한 국제관함식의 기함으로서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은 대우조선해양에서 3척을 건조했다. 이어서 2003년에 취역한 충무공이순신함(DDH-Ⅱ)이 두 번째 계보를 이었으며,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해서 세계 해군에 신고식을 했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은 대우조선해양에서 3척, 현대중공업에서 3척을 건조했다. 이어서 2008년에 취역한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DDG)이 세 번째 계보를 이었으며, 2009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을 해상에서 성공적으로 탐지·추적하면서 세계 해군의 주목을 받았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대우조선해양에서 1척, 현대중공업에서 2척을 건조했다.

필자는 소령 때 광개토대왕함에서 부서장을, 중령 때 충무공이순신함에서 부함장을, 대령 때 2번째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에서 함장을 역임했다. 해군의 계보를 잇는 함정에서 그 치열했던 현장을 온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많았지만 함정 건조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것은 2004년 충무공이순신함 부함장으로 RIMPAC 훈련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중간 기항지였던 미국의 괌에 입항을 완료하고 부두에 나갔을 때 현지 부두지원요원들 중에 한 분이 "대한민국 해군이 괌에 입항할 때 여러 번 지원을 했는데 어떻게 올 때마다 군함이 점점 더 커지냐. 대한민국은 대단한 나라 인 것 같다."라는 진심어린 찬사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분이 이후에 건조된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나 이번에 진수한 정조대왕함을 마주한다면 무슨 말을 할지 몹시 궁금하다.

1998년 이후 이어온 주력 전투함의 계보는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이뤄낸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해군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약 25년 동안 함정 건조를 위해 최선을 다한 숨은 역사의 주역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정조대왕함을 해군에서 인수하게 되면 제주해군기지로 배치가 될 예정인데, 이는 제주도민에게 큰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정조대왕함 진수식에는 초대받지 못해 갈 수는 없었지만 내 마음은 현장에 있었다. 정조대왕함의 앞날에 승리만이 있기를 제주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기원한다. <남동우 제주대 교수·예비역 해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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