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숙의 한라시론] 제77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되새겨야 할 '허스토리'

[민무숙의 한라시론] 제77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되새겨야 할 '허스토리'
  • 입력 : 2022. 08.11(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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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몇 년 전 '허스토리'라는 영화가 상영돼 위안부 피해자와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일깨운 바 있다. 역사를 뜻하는 단어 히스토리(history)에 대비해 사용되고 있는 허스토리(her-story)란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보는 역사이면서, 특별히 여성의 경험에 기반해 역사를 기술함을 뜻한다. 기존의 역사적 서사에서 가려지고 억눌려져 왔던 여성들의 목소리와 삶을 드러내는 것, 그것을 '허스토리'라고 명명한다.

광복 77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허스토리의 중요한 집단인 여성독립운동가들은 과연 제대로 조명받고 있는가? 오랜 기간 동안 유관순 열사가 거의 유일하게 역사교과서에 등장한 여성독립운동가였고, 대부분의 사람들 뇌리에 각인된 허스토리였다. 그조차도 열사로 명명되지 못하고 '유관순 누나'로 호명돼졌다. '000 오빠'라고 호명되는 남성 독립운동가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여성독립운동가의 낮은 위상과 이미지화를 알 수 있다.

최초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지사를 비롯해 여자 안중근으로 불리운 남자현, 대한애국부인회를 조직하고 독립투쟁에 일생을 바쳤으나 심한 고문후유증으로 사망한 김마리아, 광복군 비행대 편성을 꿈꾸었던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 임산부의 몸으로 평안남도 도청에 폭탄을 투하했던 안경신 등 여성지사들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22년 현재까지 독립운동가로 서훈받은 여성은 전체 1만7285명중 567명으로 3.3%에 그친다(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여성역사가들의 지속적 노력으로 기준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그 수도 매우 적고 훈격도 전체적으로 낮다. 가장 높은 훈격인 대한민국장을 받은 이는 송미령(장제스 부인)과 유관순 열사 2명, 대통령장은 남자현 1명, 독립장은 10명, 애국장 41명 등이며 절반이 넘는 50.7%가 대통령표창에 그친다.

제주도 역시 발굴 작업이 저조해 전체 공훈자 191명 중 여성은 11명으로 5.8% 정도이다. 11명 중 애족장 4명(강평국, 고수선, 이경선, 현호옥), 건국포장 4명(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이갑문), 나머지 3명은 대통령표창(최정숙, 고연홍, 김진현) 훈격을 받았다. 연인원 1만713명이 궐기했던 해녀항일운동은 전국에서 유일한 여성주도 항일운동이었지만 소수만이 공훈을 인정받은 상태이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미주 등 해외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의열투쟁, 광복군 활동, 연락책, 독립자금 모금과 이송, 나아가 임시정부 요인들과 그 가족들을 보살피는 등 맹활약했으나 당시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활동은 저평가되거나, 공식적 문서나 사진으로 기록될 기회가 적었다. 허스토리에 대한 발굴작업과 사회적 인식을 높여 그동안 가려졌던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역사의 무대에 세우는 것, 그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민무숙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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