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7)옷귀馬테마타운∼목장길∼초지∼팔각정∼민오름∼마로길∼전망대∼4·3길∼영궤∼민오름4·3주둔소∼옷귀馬테마타운

[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7)옷귀馬테마타운∼목장길∼초지∼팔각정∼민오름∼마로길∼전망대∼4·3길∼영궤∼민오름4·3주둔소∼옷귀馬테마타운
한풀 꺾인 더위 벗삼아 마로와 목장길 누비다
  • 입력 : 2022. 09.06(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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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고장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 들어선 옷귀마테마타운 일대에 조성된 마로길은 곳곳에 야자 매트까지 깔아놓아 사람과 말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양영태 작가

들꽃들이 고개 들고 미소로 반겨줘
흔적조차 사라진 4·3주둔소 아쉬워




고추잠자리 맴도는 목장길은 아직 여름을 내려놓지 못했다. 민오름을 향하는 포장길은 처서를 보내고 온 방문객을 심술궂은 열기로 환영한다. 매미의 졸린 울음소리가 여름의 끝자락을 뱉어내는 길에는 심술이 못마땅한 들꽃이 밝은 미소를 보내며 위로한다. 높은 습도와 바람이 잠 깨지 않은 목장길을 서둘러 벗어나 정자를 찾는다. 그늘이 필요하다. 들판에는 가을꽃들이 고개를 들었고 예초기 울음소리는 정자로 몰려든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2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7차 행사는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의 옷귀馬테마타운에서 시작했다. 코스는 주차장을 출발하여 목장길을 따라 초지를 지나 민오름을 오르고, 마로를 따라 걷다 편백숲길을 지나 전망대를 거친 뒤 4·3길을 걷는다. 4·3길은 영궤와 민오름4·3주둔소를 지나 이어진다. 주둔소 터를 지나면 목장길을 다시 만나고 그 길을 따라 출발지로 돌아오는 코스다.

옷귀馬테마타운 주차장을 떠나 목장길 초입에 들어선다. 작년 말 새로이 길을 낸 임도에는 아직 자갈이 깔려있다. 민오름을 중심으로 공설 임도를 새로 만들었고 포장된 길과 자갈로 마감한 길이 함께 있다. 길가 때죽나무는 열매를 달고 있고 하늘타리 꽃은 긴 수염을 어루만지고 있다. 멀리 민오름이 보이는 목장길에는 말똥버섯이 헤집고 올라섰다. 때마침 만난 관리인이 열어준 목장을 들어서면 민오름까지 이어진 포장길을 만난다.

토현삼

흰계란말똥버섯

여우팥

길잡이 박태석 씨가 목장 관리인에게 민오름4·3주둔소의 위치를 물어본다. 4·3길을 알리는 리본은 주위에 묶여 있지만, 안내판이 보이지 않아 주둔소 위치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아직도 바람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도꼬마리 가득한 목장을 벗어나 정자에 몸을 놓았다. 모기가 달려든다. 그래도 그늘에 들어서니 더위는 한풀 꺾인다. 잠시 쉬고 민오름 탐방로를 찾았다.

민오름은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표고 446.8m의 오름이다. 여느 민오름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없다는 데서 붙인 이름이다. 지금은 삼나무가 울창한 오름이 됐다. 남쪽으로는 경사가 다소 가파르고 동쪽으로 벌어진 말굽 모양의 분화구가 있다. 삼나무숲 가운데로 만든 오름 탐방로는 낡은 야자 매트와 나무계단으로 조성됐다. 쉬엄쉬엄 오른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흐린 하늘 아래 전망대에서 얼음물로 목을 축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꾸지뽕나무 열매가 빨간색으로 익어간다.

쑥부쟁이

쥐꼬리망초

방울꽃

정상 전망대를 돌아 나와 느슨한 능선을 따라 삼나무숲을 내려가면 마로를 만난다. 의귀 에코힐링마로다. 마로는 편백림숲길을 꺾어 돌아 숲길과 내를 지나 전망대로 이어진다. 길옆은 요즘 한창인 모시풀 세상이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전망대는 민오름을 배경으로 물영아리오름과 멀리 일출봉 언저리까지 주위의 풍광을 보여준다. 마로는 의귀마을 4·3길과 겹쳐진다. 4·3길에는 당시 토벌대의 강경진압작전을 피해 의귀마을 주민들이 은신했던 영궤가 있다.

또 전투경찰사령부 1개 소대가 주둔하여, 남아 있는 무장대를 진압하기 위해 작전을 펼쳤던 민오름4·3주둔소도 있다. 무겁고 커다란 고목 두 그루가 움켜잡고 있는 영궤는 사연을 잊어버린 듯 천장을 박쥐들의 거처로 내주었다. 주둔소는 흔적은 모두 없어지고 안내판만 남아 있다. 주위에 묘가 가득하다. 성을 쌓았던 돌을 산담으로 사용하며 주둔소의 흔적이 사라진 모양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제주 섬은 예초기 엔진소리로 덮인다. '식게 아니헌 건 놈이 모르고, 소분 아니헌 건 놈이 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제주는 벌초를 중요시한다. 자손들은 조상 산소에서 예초기 소리 요란하게 벌초를 하고, 나이 든 어머니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임도에 세워둔 차에서 자식들을 기다린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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