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한라일보] 도시공원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감사원에 이어 법원에서도 "절차적으로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으며 그동안 중단된 도시관리계획 입안 절차가 재개될지 관심이 모인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22일 제주환경운동연합과 보물섬 교육 공동체 관계자 등 284명이 제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오등봉공원 실시계획 인가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업은 제주시 오등동 76만4863㎡ 공원 용도 부지 중 9만5080㎡(약 12%)에 1429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부지는 원래 목적대로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지방채를 발행해 100%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던 제주도가 재정 부담이 크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이같은 민간특례사업을 허용하자 난개발 논란과 특혜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환경단체가 포함된 원고들은 "숱한 논란에도 각종 심의를 이례적을 단시간에 통과하는 등 절차를 위반했다"며 지난해 10월 이 사업의 실시계획 인가를 무효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주장한 절차적 위반 사항은 크게 5가지로 ▷민간특례 기준 미충족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불이행 ▷환경영향평가서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반영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사업 승인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에 대한 검토 의뢰 미이행 등이다.
반면 제주시 측은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이 환경영향평가법을 잘못 해석했고, 법을 어긴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사업 부지에서 발견된 팔색조와 애기뿔소똥구리, 팔색조 등 법정보호종 등 환경 보전을 위한 준비도 충분하다"고 맞섰다.
이날 재판부가 선고 결과만 낭독한 채 공판을 마무리함에 따라 어떤 이유로 원고 측 청구가 기각됐는지에 대해선 판결문이 공개돼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원고 측은 1심에서 패소하자 "아쉬움과 유감을 표한다"며 반발했다. 원고 측은 "오등봉공원의 뛰어난 생물성다양성과 생태계적 가치, 경관 등에도 불구하고 개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사실에 깊은 우려와 상실감을 느낀다"며 "판결문을 입수하는대로 검토 과정을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시가 중단한 도시관리계획 입안 절차 등을 즉시 재개할지도 관심이다.
제주시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소송에 휘말린 데 이어, 제주도가 감사원에 공익 감사까지 청구하자 비공원 지역의 용도를 변경하는 행정 절차인 도시관리계획 입안을 일시 보류했다. 현재 남아 있는 행정 절차는 도시관리계획 입안에 더해 공원조성계획 심의, 건축 심의, 주택관리 승인, 토지보상 등이다.
한편 지난 21일 감사원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관련 특혜 의혹과 위법 논란을 해소해달라"며 제주도가 제기한 공익 감사 청구에 대해 "위법이 없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