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가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것은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15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때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불확실한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과 이에 대비해야 하는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지 않는 한 폭넓게 존중돼야 한다"며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허용 여부는 국민 보건의료라는 중요한 공익과 관련돼 있어 이 사건의 허가 조건은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2심 재판부는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가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의 진료거부 금지 규정에 위배된다는 녹지제주의 주장에 대해서도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허가조건이 있기 때문에 병원 쪽이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도 위법성이 조각(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된다"며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제주특별법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제도에 대해 "현행 의료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 상 제한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권리를 제주도지사에게 설정한 예외적인(강학상) 특허"라며 도지사 재량에 따라 개설 허가에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제도의 성격을 '기속재량행위'로 본 1심의 판단과 180도 다른 것이다. 기속적 재량행위는 행정청의 재량이 법의 구속을 받는다는 의미로 원칙적으로 법적 요건만 갖추면 '부관'(조건)을 붙일 수 없고, 특별한 사정에 따라 조건을 달 수 있다고 해도 그 조건은 법률에 명시적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1심은 "제주특별법에 진료 대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부관(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명시적 근거가 없다"며 영리병원 제도를 기속적 재량행위로 규정했었다.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이번 법적 다툼의 최종 향방은 대법원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자 시민단체는 일제히 환영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2심 판결 직후 논평을 발표해 이번 판결은 영리병원이 공공의료체계를 상당 부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며 "그동안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영리병원 설립이 공공의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