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데드 존(Dead Zone)

[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데드 존(Dead Zone)
  • 입력 : 2023. 02.22(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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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낯익은 해변이다. 지난여름, 나도 보았던 그 바다다. 파래가 춤춘다. 바다는 물 반, 파래 반이다. 너울대는 품만으로 망사리 그득 담았으면 좋겠다. 출렁출렁 초록 물결로 흔들리는 죽음의 바다, 데드 존이다. 파래가 자란다. 바다 안팎 가리지 않고 이상번식을 하며 넘쳐난다. 해변으로 밀려와 자라고 시들고 부패한다. 거품까지 내뿜으며. 파래 자체는 인체 유해 성분이 없다지만 피해가 차고 넘친다. 흉물스러워지는 경관과 바다 자원의 황폐, 악취와 비린내를 어쩌면 좋을까. 이미 오래전부터 중장비를 동원해 어마어마한 양의 파래를 모래 속에 파묻거나 치우고 있지만 그마저도 효과가 없다. 기존 동식물은 사라지고 파래 언덕만 남았다. 모래톱 없는 해수욕장이 된 지 오래다. 갈파래만 좀비처럼 끝없이 살아난다. 무섭고도 슬픈 초록이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멈추고, 넋 놓고 보다가 이내 침울해진다.

제주도 내 양식장은 해안선을 따라 서 있다. 구멍갈파래 급증지역은 양식장 위치와 나란하다. 어분, 사료 찌꺼기 들어간 배출수는 오수관을 통해 바다로 흐른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도하게 번식, 밀집되면서 스트레스성 환경이 되고 세포는 점액질을 대량 방출한다. 산소가 희박해져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한다. 과도한 유기물질에 죽은 물고기까지 부패하며 부영양화가 된다.

낙동강 녹조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조류에 의해 생성된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 100배쯤의 독성물질이다. WHO 기준치의 200배 높은 수치이다. 인체에 축적되면 간독성, 생식독성물질이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물이 되고 있다. 화산지형인 제주는 지표면에서 녹지 않은 오염물질이 땅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어 지하수와 연안에 직접 영향을 미치며 바다로 이른다.

연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쌓이니 제주 용천수도 예외가 아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샘의 고갈도 문제지만 원수의 오염부터 전수조사하고 바쁘게 대책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기후변화로 인한 표면온도 상승과 농가 단위 면적당 많은 양의 질소질 비료 사용, 무단 방류되는 가축분뇨와 폐수,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늘어난 정화되지 않은 생활오수 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데드 존은 제주 바다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구의 700여 곳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적인 재앙이다. 이대로라면 길잃은 주검이 남아 다시 죽음을 부르는 공간, 이후의 바다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 섬의 목숨줄이 데드 존에 매달려 있는 건 아닌지. 갯녹음 보이는 연안을 지나면 형형색색 다채로운 바다생물들이 아름답다. 오로지 제힘만으로는 부칠 텐데, 인간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우뚝 살아남는 자연. 가꾸고 지킨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가.

황량해지는 바다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처럼 허우적대는 구멍갈파래의 춤. 싹 걷어내고 봄 오는 봄 바다, 이전의 청정바다에 가고 싶다.<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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