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뒤에 온다더니 70년… 그래도 감사해요 아버지"

"일주일 뒤에 온다더니 70년… 그래도 감사해요 아버지"
4·3 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 28일 열려
유전자 감식 통해 유해 희생자 3구 신원 확인
  • 입력 : 2023. 02.28(화) 16:22
  • 이태윤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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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에서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김칠규, 강창근, 김두옥 씨의 유족들이 유골함을 마주하며 눈물 짓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일주일만에 돌아오겠다며 집에 가 있으라고 했는데 이제 왔어요. 너무 감사하고, 아버지한테도 감사해요. 이제 찾았으니깐… 서러워서 말이 안나오네요. 여러분 감사해요. 찾아주셔서…"

4·3희생자 故 김칠규(당시 34세) 씨의 딸 김정순(80)씨는 70여 년이 흘러서야 유골로 돌아온 아버지를 보며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흐느꼈다.

4·3희생자 영령이 차디찬 어둠에서 벗어나 75년만에 가족과 조우하며 영면에 들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8일 평화재단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유해는 2008년 제주국제공항 등지에서 발굴된 것으로, 이날 신원이 확인된 유해 3구는 확인 결과 군법회의 수형인 1명, 행방불명 희생자 2명이다.

이날 제주4·3평화재단에 따르면 희생자 故 김칠규씨는 4·3 당시 제주읍 이호리에서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다. 1948년 12월 30일 집을 나갔다가 토벌대에 체포된 후 행방불명 됐다. 이후 수형인 명부에서 이름이 확인됐다. 1949년 6월 28일 비행장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는 2008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지점에서 발견됐다.

희생자 故 강창근(당시 20세)씨는 1948년 8월경 어머니가 시내에 가서 집 짓는 재료를 사오라고 해 시내에 내려간 뒤 소식이 두절됐다. 몇달이 지나서야 주정공장에 잡혀가서 경찰서로 이송됐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갔지만 면회는 할 수 없었다. 얼마 후 비행장에서 사람들이 총살했다는 소문을 듣고 생사를 확인하러 경찰서에 갔지만 찾지 못했다. 유해는 2008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지점에서 찾았다.

28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 이상국기자

희생자 故 김두옥(당시 26세)씨는 4·3 당시 안덕면 광평리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하던 중 1948년 11월 중순경 토벌대에 의해 마을이 소개됐다. 희생자의 집이 불타버리자 거주할 곳이 없어 인근 야산에서 숨어지내다 1948년 12월경 일가족이 희생된 후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부친과 동생을 데리고 화순리로 내려와 살던 중 중산간에서 내려왔다는 신고에 다시 끌려갔다. 1949년 7월 비행장에서 총살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부친이 현장을 확인했으나 시신은 찾지 못했다. 유해는 2008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측교란지역에서 발견됐다.

이날 보고회에서 유족들은 70년 만에 돌아온 가족 유골을 보며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4·3 희생자 故 강창근의 딸 강술생(77)씨는 “아버지는 18살에 결혼해서 19살에 행방불명 됐다. 육지로 갔겠구나, 바다에 빠져 죽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년에 채혈을 했고, 생각지도 않게 아버지를 찾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70년이 지난 지금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목이 메인다. 꿈에 그리던 아버지가 돌아왔다”고 슬퍼했다.

4·3 희생자 故 김두옥씨의 조카는 "고인이 된 아버지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아버님이 계셨더라면 엄청 좋아하셨을 것 같다"면서 "4·3희생자 행불자 신원 확인을 위해 애쓰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많은 희생자 유족들이 (채혈에) 동참해 한 분이라도 더 많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유해발굴을 통해 현재까지 총 411구의 유해가 발굴됐으며, 이번 3구을 포함해 총 141구가 유전자 감식을 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28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 이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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