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도의 현장시선]제주들불축제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

[김정도의 현장시선]제주들불축제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
  • 입력 : 2023. 03.03(금)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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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들불축제가 대면 행사로 4년 만에 진행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진행되지 못한 탓에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도 분명히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만 축제가 다가올수록 들불축제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도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들불축제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들불축제의 목적이 변질됐다는 점이 불편하다. 제주시는 들불축제의 모티브를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고, 불에 탄 재는 비옥한 땅을 만드는 전통목축문화의 계승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전통목축문화를 계승하고 일정 부분 초지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기획된 행사라면 그래서 이왕 하는 김에 축제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문화를 알리겠다는 것이라면 들불축제의 개최를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들불축제에 그런 내용이 담겨있을까? 사실 그렇지 않다. 애초에 들불축제의 목적은 전통문화의 계승이 아니라 수복강녕과 풍요, 액운 타파 등을 기원하는 의미였다. 달집태우기와 같이 불을 질러 주변을 밝히는 전통놀이를 오름 전체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정말 전통목축문화 계승을 위한 불놓기라면 수백리터의 기름과 수천발의 흑색 화약을 사용할 리도 없다. 질 좋은 풀을 얻으려면 토지의 오염이 예상되는 물질로 불을 내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앞서 언급한 수백리터의 기름과 수천발의 흑색 화약을 사용한다는 점이 불편하다. 들불축제를 하면서 기름을 들이부어 불을 낸다는 오해도 있었지만 실제 불을 퍼트리고 키우는 것에 활용되는 것은 흑색화약이다. 2019년에 사용된 화약의 총량만 2.65t에 달할 정도였다. 흑색 화약의 특성상 매연이 많이 발생하고 당연히 탄소 배출도 상당하다. 3월은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는 시기인 데다 최근 기후위기로 탄소중립을 외치는 마당에 다량의 미세먼지와 탄소를 배출하는 축제를 구태여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불편한 이유는 목축을 위해 초지를 태우는 것도 아닌 상황에 복을 부르고 액운을 떨치는 일에 수많은 생명들이 마치 재물처럼 바치는 축제가 과연 합당한 일인가 하는 점이다. 게다가 현재 새별오름은 훼손이 극심해 보호가 절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화약을 오름에 심어 터트리는 것이 옳은가. 특히나 가장 건조한 시기 산불조심을 외치는 행정당국이 구태여 불을 놓는 것이 상식적이냐는 의문이 든다.

이런 불합리가 넘쳐나는데도 구태여 축제를 해야 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축제를 위한 축제라는 비판과 냉소를 살 뿐이다. 당장 축제를 멈출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내년부터는 시대와 환경에 맞는 축제로 변화하길 바란다.<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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