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산세미오름 입구∼수국길∼고성천변∼초지∼삼나무숲길∼족은노꼬메 주차장∼수국길∼족은노꼬메∼숲길∼잣성길∼큰노꼬메 주차장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산세미오름 입구∼수국길∼고성천변∼초지∼삼나무숲길∼족은노꼬메 주차장∼수국길∼족은노꼬메∼숲길∼잣성길∼큰노꼬메 주차장
처음부터 끝까지 산수국꽃 만발한 숲길이 반기다
  • 입력 : 2023. 07.21(금)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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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차 행사가 지난 1일 진행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오묘한 빛깔의 산수국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세미오름 둘레길을 걷고 있다. 양영태 작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빗속 투어’
안개 휩싸인 족은노꼬메 몽환적
꽃길·하천에 목장·잣성 이어져

[한라일보] 차창을 간지럽히고 멀어지는 이슬비 뒤로 안개가 다가온다. 이슬비는 안개와 경쟁하듯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더니 결국은 그 모습을 감춘다. 길이 시작되는 기슭에서 보이는 오름 정상은 안개로 덮여 있다. 장마가 시작된 계절의 투어는 조바심을 안겨준다. 비가 온다고 길을 나서지 못할 건 아니지만 빗속의 투어는 배낭의 무게는 무거워지고 감동의 부피는 작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안개가 드나드는 숲길을 꽃과 함께 걷을 수 있는 것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에코투어만의 매력이다.

고삼

세발버섯

하얀선녀버섯

지난 1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3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3차 행사는 산세미오름 입구에서 시작했다. 산세미오름 북쪽 사면으로 들어서면 산수국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만난다. 길게 이어지는 꽃길은 고성천과 만나고, 고성천 계곡을 따라 남쪽으로 가다 보면 초지에 들어선다. 초지는 다시 삼나무숲길과 연결이 되고 삼나무숲길을 요리조리 돌아가면 족은노꼬메오름 주차장에 닿는다. 족은노꼬메오름 북쪽 숲속 둘레길은 상잣성을 끼고 만들어졌는데, 산수국이 만발하게 피어 수국길을 이루고 있다. 상잣성길을 따라가다 족은노꼬메오름을 오르고, 오름을 내리면 큰노꼬메오름과 경계 숲길 사이 둘레길과 만난다. 둘레길은 다시 상잣성길과 연결이 되고, 숲길을 쉬엄쉬엄 가면 큰노꼬메오름 입구를 거쳐 주차장에 다다른다. 투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다양하고 오묘한 빛깔을 자랑하는 산수국꽃이 만발한 숲길을 걷고, 건천이지만 좁았다 넓어졌다 낮았다 깊어지기를 반복하는 고성천 자락을 걷는 즐거움과 탁 트인 너른 들판을 가로지르는 시원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투어다.

작살나무

큰뱀무

물봉선

간밤에 내린 폭우로 오름길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군데군데 움푹 파이고 질퍽거린다. 물웅덩이를 비껴가다 어쩔 수 없이 그 위를 넘나들며 지나가는 길옆에는 산수국의 파란 꽃들이 출렁댄다. 길이 질퍽거려 아래에만 정신을 팔고 가다 보니 꽃들과의 대면은 쉽지 않다. 미끄러운 경사길을 조심히 내려가면 좁다란 고성천과 만난다. 제 세상을 만난 버섯들이 나뭇가지와 고목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건천을 건너 조릿대 가득한 하천변 숲길로 들어선다. 삼나무 조림지와 천연림을 오가는 숲길은 상잣성을 지나고 성질 급한 물봉선이 피어있는 마소 급수대 터를 건너 이어진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니 수확이 끝난 초지와 마주친다. 초지를 지나 자그마한 하천을 건너면 족은노꼬메오름 주변에 여러 갈래로 만들어진 삼나무숲 임도와 만난다.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 열매를 따 먹고, 산수국꽃과 눈인사를 나누며 걷다 보면 족은노꼬메오름 주차장에 이른다.

족은노꼬메오름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있는 높이 124m의 오름이다. 노꼬메 족은오름이라고도 부르며, 옆에 있는 큰노꼬메오름보다 높이가 낮고 덩치도 작으며 경사도 덜 심하다. 정상 가운데부터 깊고 우묵하게 북서쪽으로 파인 말굽 모양의 분화구를 이루어 남북으로 두 봉우리가 마주하는 모양이다. '놉고메, 녹고메'라고 하며, '놉고'의 뜻은 확실하지 않으나, 옛 문헌에 한자 高山으로도 표기한 것으로 볼 때, '놉'은 '높다(高)의 뜻으로 보인다.

족은노꼬메오름 북쪽 기슭으로는 상잣성이 이어진다. 잣성은 목장 경계용 돌담으로, 상잣성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지역으로 들어갔다 얼어 죽는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 산수국꽃이 만발한 잣성길을 따라가다 족은노꼬메오름 정상을 향해 방향을 트니 사방은 온통 안개로 자욱하다. 깊은 분화구를 옆에 끼고 오르는 조릿대 가득한 숲길은 흘러가는 안개로 몽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안개는 옅어져 내 발밑으로 흐르고, 잔뜩 기대하고 오른 정상에서의 풍광은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로막는다. 희미하게 보이는 한라산 자락의 오름 풍광을 뒤로하고 오름을 내려서니 다시 산수국 가득한 숲길이 반긴다. 두 오름 사이로 난 삼나무숲길을 지나면 큰노꼬메오름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잣성길과 다시 만난다. 숲길은 걷는 내내 내 몸을 파란색으로 물들이더니, 손끝에 스치는 산수국꽃은 다시 그 파란 물감을 거두어 간다.<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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