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45)겨울산-황지우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45)겨울산-황지우
  • 입력 : 2023. 12.05(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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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 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삽화=써머



삶을 구름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상하고 수상한 비극이 희극, 혹은 희극이라고 칠 수 있을 만한 순간이 될 때까지 견디며 사는 것이 사람뿐이랴. 흰 눈으로 보자기를 싼 겨울산도 뭇 생명을 껴안고 견디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저런 요지경을 보며 우주에 세 들어 사는 대가를 고통으로 치루는 일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자네는 기회주의자인가. 이 시에서 '사색'이란 머리 굴리는 정도를 말하는 단어로 사용된 것이나 기회주의자도 깊고 어두운 세계에 걸맞은 사색에 괴롭다고 한다. 결국 이 시는 고통에 서로 다름이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뭐가 더 나은지 질문을 던지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 알다시피 월세를 내는 집으로 가야겠다는 것은 삶의 지속에 대한 확정, 변함없는 확인, 그것이다. 거기에 산도 추위를 견디고 있다는 깨달음은 기회주의가 아니라는 방향성을 갖는다. 넓게 보자 치면 자기 조절, 자기 치료의 한 단면이라는 기능도 가지겠지만 광막한 인간 세상에 대한 겨울산의 노래이자 찡하다고 할 애정이다. 고통은 고통의 부위를 반드시 드러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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