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축제의 시간

[문만석의 한라칼럼] 축제의 시간
  • 입력 : 2023. 12.26(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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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축제는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 또는 시기를 기념해 행하는 의식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축제는 그 배경과 성격이 종교적이지만 사회적·문화적 행사를 기념하는 축제들도 다양하게 열렸다. 고려시대 전통적인 종교행사인 연등회·팔관회 등 국가적으로 행한 큰 규모의 불교 기반 행사들이 있었고, 한가위나 설날 등 명절에도 대규모 축제를 열었다. 최근에는 크리스마스 이외에도 할로윈 등 서구의 기념일이 새로운 축제 유형으로 자리 잡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특산물이나 지역 홍보를 위해 만든 축제들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다.

우리의 축제는 대규모로 진행되는 몇몇 축제를 빼면 자연과 지역 상권을 활용한 축제가 대다수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경기부양책으로 행사를 급조하기도 하는 등 축제가 난립하고, 지역 간 내용이 중복되거나 그 지역과의 연관성이 부족한 사례도 있다. 축제가 경치를 즐기고 먹고 마시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서 판매하는 음식이 비슷하고, 음식의 질과 바가지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홍보 부족으로 예산만 낭비하기도 하고, 안전대책 미흡으로 여러 사고와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의 지역 축제 25곳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했다.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되면 2년 동안 국비지원과 홍보 및 마케팅 등 종합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4회 연속 선정되었던 제주의 대표 축제인 들불축제가 빠지면서 제주도의 축제는 한 건도 선정되지 못했다. 제주도 축제육성위원회에서 평가하는 제주도 내 축제 28개 중 문체부의 문화관광축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던 축제는 제주들불축제뿐이었다. 제주들불축제는 작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작년 강원도 일대의 산불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면서 전면 취소됐고, 올해도 산불 등 우려로 축제의 핵심인 '오름 불놓기'가 취소된 채 축소 개최됐다. 제주시는 환경 훼손 논란 속 들불축제의 방향성을 '불 없는 축제'로 정하면서 2024년 개최를 건너뛰며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는 전환을 모색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유명 관광지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다. 축제든 공연이든 그곳에 가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보아야 하는 대표 브랜드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브랜드의 가치는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의 크기에 비례하고, 그 신뢰는 지역민들의 헌신과 노력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다. '불 없는 들불축제'가 아마도 새별오름을 배경으로 거대한 미디어파사드 기반의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해 XR(확장현실)과 MR(혼합현실)을 보여줄 수도 있고, 대규모 군집 드론쇼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한 번 쉬어감으로써 더 나은 백년의 기틀을 확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브랜드의 가치는 쌓기는 힘들고 허물기는 쉬운 법이다. 이 어려운 시기 축제는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힘이고, 그러므로 축제의 시간은 계속돼야 한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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