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 마을교육활동가, ‘학교’라는 성역으로부터의 초대

[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 마을교육활동가, ‘학교’라는 성역으로부터의 초대
  • 입력 : 2024. 01.31(수)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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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아기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밖에서 어미새가 알을 쪼아 거들어주어야 한다. 이 말은 아이의 성장이 아이의 자생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는 뜻을 함의한다. 곧 아이에게 가정과 학교, 마을의 교육이 있어야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와 지구촌의 시민으로 발돋움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운영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류는 수차례 산업혁명을 이루면서 교육까지 시장경제의 도구로 분업화했고, 이에 따라 학교도 공장형으로 획일화, 조직화되면서 사회적 성취를 목적으로 하는 도구적 기능의 장으로 변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학벌은 곧 권력이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시민적 삶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 미래 사회의 질은 예나 지금이나 학교를 기반으로, 그 안과 밖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의 질에 달려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지금 빠르게 변하는 IT 시대 속에서 학교는 다시 과거의 견고한 아성을 깨고 '이론'보다 '경험'을, '지식'보다 '지혜'를, '경쟁'보다 '포용'을, '순위'보다 '관계'를,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렇게 실체적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민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마을로 돌아오고 있다.

이런 바람으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총 30시간 '2024 마을교육활동가 양성 기본과정'을 통해 100명의 마을교육활동가를 배출했다.

'아리아리 마을교육활동가, 교사를 만나다'라는 표제어로 진행된 이 과정에 지역의 인재 103명이 참가해, 한파가 몰아치는 날에도 어김없이 진정 시대가 요구하는 뜨거운 교육의 장을 열었다. 그리고 "100년을 사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 교육은 교과서 밖의 활동인 마을의 '소통, 창의력,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김광수 교육감의 인사말을 필두로, 마을교육을 혁신적으로 주도하는 제주 출신의 타 지역 현역 교사, 제주의 젊은 현역 교사 9명, 모범적인 마을교육공동체 운영자가 함께 이끌었다.

내용은 마을교육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이다.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는 제주어 알기부터 시작해서 마을의 신화, 역사, 4·3, 감귤 농사, 해녀 등 마을의 자연환경과 자원을 마을 어른들과 함께 탐구하는 현장 체험을 거쳐 내면화하고 재구성해 내는 실체적 교과 학습 과정들을 선보였다.

마을교육활동가 양성과정을 총괄 담당한 이현주 장학사는 '학교 교육에 꼭 필요한, 지역의 전문성을 갖춘 인적 자원들이 학교의 교육과정을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쓰이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비로소 교사와 협업할 수 있는 마을교육 인력풀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교육활동가는 미래의 학습사회로 가는 발판이다. 이 뜻깊은 탄생을 제주도민 전체가 함께 보듬고 지지하고 응원해야 할 일이다. 마을교육활동가 아리아리. <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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