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택의 한라칼럼] 사립학교를 '역사문화10선'에 넣은 마을

[문영택의 한라칼럼] 사립학교를 '역사문화10선'에 넣은 마을
  • 입력 : 2024. 07.16(화) 01: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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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개교 100주년을 맞아 100년사를 편찬하거나 10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한 학교들이 여럿 있다. 1920년 개교한 서귀포초등학교, 1922년 개교한 조천초, 1923년 개교한 김녕초 등. 100년 전은 일제강점기 시절이다. 그 시기의 교육을 말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아는 길이기도 하다.

필자가 다닌 초등학교는 공립이 아닌 사립으로 개교했다. 흔히들 사립 초등학교 출신이라 하면, 제주에도 사립초등학교가 있었냐 하며 의아해 한다. 서당·향교·서원에서의 교육 이후 개설된 제주 최초의 사립학교는 초등이 아닌 중등과정인 사립의신학교이다. 1907년 개교한 의신학교는 지금의 제주일중과 제주고의 전신이다. 제주에서 사립으로 일찍 개교한 초등학교로는, 하도초(1921년)·애월구엄의 사립일신학교(1923년)·구좌중앙초(1924년)·화북초(1926년) 등이다. 해방 전까지 제주에선 11개가 사립으로 개교했다.

초등학교의 모태는 서당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새로운 학문을 받아드려 훈학을 펼치던 개량서당과, 고려시대부터 행해져온 전통서당이 혼재되어 있었다. 1군1교제·1면1교제·1면2교제 시행에서 보듯, 일제는 교육을 통제수단으로 삼아 조선을 영구히 식민지로 지배하려 했다. 늘어나는 개량서당을 막으려 지금의 도지사격인 도사(島司)의 인가제로 바뀌어 개량서당을 폐쇄하는 등의 탄압을 강화하니, 제주에서도 사립학교 개설운동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필자의 고향 행원리는 전통서당에 이어 1908년 면학교, 1909년부터 개량서당인 보명학사를 개설하여 훈학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웃마을 월정리에서도 오래전부터 개량서당인 영신학사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사이좋은 두 마을에서는 각 향사에서 1922년부터 4년제 학사를 나눠 운영해오다, 1923년 교사건물을 짓고, 1924년 지금의 구좌중앙초등학교를 사립으로 개교하였던 것이다. 특히 사립으로 중등과정인 고등공민학교도 설립한 행원리에서의 교육사례는 제주에서도 매우 특별한 경우이다.

1949년 4·3이라는 엄청난 시련 속에서도 청소년과 성인 대상의 교육을 위해 사립으로 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하였으니 말이다. 교육활동에 드는 일체의 비용은 마을이 정한 '학교바당'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구좌지역 청년들이 다니던 배움의 보금자리인 사립 행원고등공민학교는, 1959년 발생한 사라호 태풍으로 교사가 무너지고, 인근 마을들에 공립인 김녕중과 세화중이 1947년과 1951년 개교하는 등 국가적 교육추이에 따라, 개교 12년 만인 1961년 폐교되고 말았다. 하지만 후세교육을 위한 행원리의 관심과 지원은 지금, '재단법인 행원장학회'로 이어가고 있다. 마을에 숨어있는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사립학교'를 역사문화 10선으로 정한 마을이 참 대견하기도, 의미도 있어 보인다. <문영택 귤림서원 원장·질토래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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