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현대 여성 청소년들의 '몸', 70년대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다

[책세상] 현대 여성 청소년들의 '몸', 70년대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다
  • 입력 : 2024. 02.23(금)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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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로우면서도 강력한 흡입력을 갖춘 소설들. 작가의 발랄한 상상력에 감탄하기도, 인물의 고뇌에 공감하고 선택에 감동하기도, 경쾌한 표현에 그저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는 작품들을 묶었다.



# 김경은 소설 '빅토피아'

"그래,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 않아. 그렇다고 미워하지도 않을래. 나는 내 몸이니까. 그게 나니까." (본문 중)

여성 청소년들이 마주한 몸에 대한 고민을 공감 가도록 그려낸 책.

키 165센티미터에 몸무게 110킬로그램. 고도 비만인 주인공 희지는 현실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게만 느껴진다. 그런 희지에게 비만인만 가입할 수 있는 메타버스 '빅토피아'는 도피처이자 삶의 안식처다.

그러던 어느 날 빅토피아에서 게임 이벤트를 개최한다. 현실에서는 입을 수 없었던 화려한 옷을 입고 런웨이 워킹을 하는 1라운드, 지난날의 상처와 음식물로 만들어진 좀비를 때려잡는 2라운드, 덩치가 너무 커 팬티 한 장을 지어 입지 못한 설문대할망의 팬티를 완성하는 3라운드는, 모두 몸에 대한 고충을 가볍게 승화시킨다. (주)씨드북. 1만3000원.





# 김하율 장편소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소설은 우주 비행 중 지구, 그중에서도 1978년 대한민국 서울에 불시착한 외계인 니나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SF적인 설정의 외피를 띠고 있지만, 흔히 '공순이'로 불리던 70년대 서울 여성 노동자들의 부당하고도 가혹한 노동 현실에 관한 이야기가 소설의 핵심을 이룬다.

낯선 행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니나는 가장 처음 만난 가장 고등한 생명체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바로 70년대 노동 현실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던 이들 가운데 하나인 청계천의 여공으로.

이 소설은 얼떨결에 지구인이 돼 50년 가까이 뜨거운 피를 가진 진짜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니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고단한 현실에 얽힌 삶의 애환을 짚어낸다.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광화문글방. 1만6500원.





# 김홍 장편소설 '프라이스 킹!!!'

터미널 앞 노점상에서 시작해 세상의 모든 물건을 사고파는 거상으로 거듭난 박치국은 '배치 크라우더'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으로 활약하며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장사꾼이다. 그는 갑자기 모든 지분을 매각하고 자취를 감춘 뒤 한참 지나 서울 외곽의 한 작은 동네에 '킹 프라이스 마트'를 개업하며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무당 '억조창생' 여사는 자신이 성공시킨 정치인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통령 선거에 직접 출마하기로 결심하고, 막내아들 '구천구'에게 특명을 내려 '킹 프라이스 마트'로 잠입시킨다.

구천구라는 인물이 평생 처음으로 현실과 싸우며 성장하는 성장담이자, 사고팔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본주의 논리와 대의제 민주주의의 맹점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문학동네. 1만5000원. 강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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