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안녕, 치앙마이

[김문정의 하루를 시작하며] 안녕, 치앙마이
  • 입력 : 2024. 03.13(수)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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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안녕, 치앙마이. 두 시간 시차로 이미 밤이 깊었다. 보름달은 여기서도 맑고 환하다. 인천에서 다섯 시간을 날아 태국이다. 얼떨결에 탄 밴 택시에 약간 더 쓰고도 환율을 생각하니 덜 씁쓸하다. 싸다! 늦은 밤이지만 '로띠'를 산다. 태국식 부침개다. 기묘하게 예쁜 꼬부랑 태국어 표기 사이 떡하니 우리 '라면'이 놓인 편의점. 건너 라이브주점은 불야성이고 동글동글 구르는 특유의 억양으로 올드팝이 즐겁게 귓가에 걸린다.

숲에 든 듯 부지런한 새, 물소리가 상쾌하다. 일찍 깨고도 한참을 뒤척이지 않는다. 소박하고 단정한 숙소가 고즈넉하고 잘 배열된 타일 무늬가 조화롭게 이국적이다. 건기인 지금 한낮은 뜨겁지만, 아침저녁은 선선하다. 화전민들이 불 놓는 때는 아직이어서 미세먼지도 심하지 않다. 겨우 키워내던 작은 꽃나무들이 어마어마한 아름드리다. 꽃의 천국이다. 나로서는 골목길만 거닐어도 충분히 종일이겠다.

오래된 성곽과 수로를 끼고 있는 구도심은 곳곳에 사찰들이 많다. '왓 체디 루앙'은 지진으로 일부 망가졌지만 대단한 위용이다. 세월의 더께 앉은 동굴 사원 '왓 우몽'은 노을과 잘 어울리고, 도시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왓 프라탓 도이 수텝'은 금빛으로 높이 솟아 찬란하다. 감탄은 다시, 굽은 산길을 한참 오르며 돌을 날랐을 땀방울에 가 닿는다. 괜스레, 녹은 촛농과 올려둔 마른 꽃 흔적에 경건해진다.

'쿠킹클래스'는 변두리 농장에 학습용 식재료를 키워 소개하고, 준비된 재료와 레시피로 각자 만들어 시식하는 프로그램. 태국식 수프와 카레, 볶음면, 망고밥 모두 맛나다. '반캉왓'은 공예마을이다. 나눠진 칸 칸마다 저마다의 색깔로 모여 있는 작품들이 다양하고 독특하다. 마켓마다 풍성해서 흥미로운데 야시장인 '선데이마켓' 길에서 받는 발 마사지는 또 다른 재미다. 복불복으로, 서툴게 조물조물하는 어린 처자가 귀여워서 그래도 좋아 웃었다. 날이 밝자 실제는 훨씬 좁다란 골목이라는데 새삼 놀랐고. 교통편 '뚝뚝'과 '썽태우'는 기회가 없었고 앱 서비스 '볼트'는 비싸지 않고 편하다. 어쩌다, K팝! 더 신난다. 작고 허름한 카페 커피와 동네 숨은 맛집에서의 한 끼들도 참 좋았다. 잘 가꾼 자연과 값싼 물가, 친절한 사람들,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에 불편 모르는 여행이었다. 안녕, 치앙마이.

인천공항에서 수화물을 찾는다. 제각기 짐을 찾고 떠나는데 역시, 대한민국 참 빠르다. 김포로 향하는 공항철도. 문이 여닫힐 때마다 들어오는 맵싸한 추위. 옷깃을 여미며 반갑다. 제주는 흐린 하늘에 비다. 볕 진한 여름을 잠시 꿈꾼 듯 춥다. 때로 멀리 떠나보면 뭉클, 나라 사랑이 차오른다. 없는 것은 욕심나고 가진 것 중 귀한 것은 자랑스럽다. 내 나라가, 고향 제주가 더 좋은 곳이었으면 한다. 누구에게도 평화와 휴식은 기본값, 천혜의 자연 말고도 '그리고도 남는 그 무엇'이 담긴.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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