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트라우마 회복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다

[이책] 트라우마 회복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다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진실과 회복』
  • 입력 : 2024. 03.15(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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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이 책에서 내가 하려는 일은 많은 생존자들에게 정의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밝히는 것, 그리고 이들의 생각을 토대로 사법 시스템의 비전을, 즉 이들의 필요와 기대가 진짜로 고려된다면 우리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 것인지를 그리는 것이다."(서론 중)

'진실과 회복'(북하우스 펴냄, 김정아 옮김)은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인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트라우마 연구'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다. 저자는 회복의 궁극적 과정으로서 정의와 공동체의 문제를 내세우며 앞서 펴낸 책 '근친 성폭력, 감춰진 진실'과 '트라우마'에서 더 진전된 통찰을 보여준다.

저자는 책에서 트라우마 회복에 필요한 마지막 요소로서 사회적 역할을 조명한다. 그리고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의 진실 인정과 정의 바로 세우기가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크게 3부로 나눠 폭력에 대한 이론부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며, 생존자 중심의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1부 '권력'에선 '독재의 규칙' '평등의 규칙' '가부장제'를 키워드로 책의 바탕이 되는 이론, 즉 정의는 권력이 어떻게 조직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이론을 펼친다.

2부 '정의의 비전'에선 인터뷰에 나서준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증언으로부터 그려낸 정의의 비전들을 차근차근 논의한다.

"생존자 정의의 제1원칙은 공동체가 피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글로 시작하는 '4장 인정'에선 진실에 대한 공개적 인정이 정의의 출발점이어야 함을 피력한다. 이어 '5장 사죄'에선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생존자의 피해를 복구하고 저질러진 잘못들을 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정의의 비전을 논의한다. '6장 책임지기'에선 가해자에게 책임을 지게 한다는 것이 무엇일지 그 비전들을 탐색한다.

저자는 3부 '치유'에서 정의가 피해자를 치유할 뿐 아니라 가해자와 사회 전반을 치유할 수 있다는 논의를 더 발전시킨다. 배상 문제를 탐색하고, 가해자를 공동체에 복귀하게 만들 대안적 방법들을 찾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상한다.

출판사는 "책 속에서 저자는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사회의 혁신적 조치들을 통해 생존자 정의를 획득하는 희망적인 회복 과정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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