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년] 제주 뱃길 ‘안전 불감증’ 그대로

[‘세월호 참사’ 10년] 제주 뱃길 ‘안전 불감증’ 그대로
최근 5년간 과승·과적 55척 적발… 대부분 화물선
초과 승선시 복원력 상실로 대형사고 발생 우려 ↑
사고이후 제주~인천 항로 여객선 운항 재개 ‘난항’
  • 입력 : 2024. 04.16(화) 00:00  수정 : 2024. 04. 16(화) 16:13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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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끼는 노란 리본

나부끼는 노란 리본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가 오늘(16일) 10주기를 맞았다. 세월호가 전시돼 있는 전남 목포신항에 노란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한라일보] 304명의 소중한 생명과 함께 국민을 절망의 바다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16일을 기해 10주기를 맞았다. 10년이 흘렀지만 바다 안전은 여전히 불안하다.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은 '과적'(정해진 용량보다 더 많이 짐을 싣는 것) 때문이었지만 화물량을 속이거나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고 바다를 누비는 안전 불감증이 반복되고 있다.

▶세월호 교훈 잊었나=세월호 참사는 승무원들의 무책임에 화물 과적부터 미흡한 안전 점검까지 총체적 부실로 빚어진 인재였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화물량 무게에 관한 진상규명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선체에는 2215t의 화물이 실렸다. 이는 출항 전 승인한 987t보다 무려 1228t이 많은 것이다. 또 당시 세월호는 차량·화물 배치도에 따른 고박 기준도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세월호는 한 번 기울어진 뒤 빠르게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과적으로 제자리를 찾는 복원 능력을 상실한 탓이다.

참사 후 해양수산부는 화물 과적을 막기 위해 차량·화물 전산 발권을 의무화하고 적재 한도가 초과하면 발권이 자동 중단되도록 했다. 계량증명서에 적힌 화물과 실제 화물 무게를 비교하기 위해 이동식 계근기(화물 무게 등을 재는 기계)도 주요 항만에 배치했다.

15일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이하 관리단)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매 분기마다 이동식 계근기를 이용한 불시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관리단은 참사 이후 여객선 관리 기준이 강화되고 선사 자체적으로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카페리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여객선은 과적·과승을 하지 않고 화물 고박지침도 비교적 잘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어선과 화물선의 위험한 운항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제주시청 앞에서 밴드 프리버드가 세월호 희생자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해경은 지난 5년(2019~2023년)간 제주해안에서 과적·과승으로 총 55척을 적발했다. 이중 화물선이 33척, 어선이 22척이다. 같은 기간 고박지침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18건으로 모두 화물선이었다. 관리단은 어선과 화물선은 짐 또는 물고기를 많이 잡아야 수익이 늘기 때문에 과적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짐이 아닌 승선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17일 전남 완도 인근 해상에서는 제주지역 화물선 A호(5900t)와 LNG운반선(9000t)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할 당시 A호에 최대 승선 인원의 두 배인 58명이 타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차량과 따로 목적지에 가야하는 불편을 피하기 위해 무임으로 화물선에 탑승한 화물차 운전기사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월 23일에는 컨테이너를 제대로 고정시키지 않고 제주로 입항한 화물선(6000t)이 제주해경과 관리단 합동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다.

해경 관계자는 "과적·과승 등의 행위는 해양 안전을 위협하고, 화물을 고정하지 않고 운항할 경우에는 화물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복원력을 잃어 대형사고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담반을 구성해 오는 5월까지 일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인천 뱃길 재개 난항=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제주~인천 항로의 여객선 운항 재개 계획은 난항을 겪고 있다.

참사 이후 7년 8개월만인 2021년 12월 운수 사업자인 하이덱스스토리는 비욘드 트러스트호를 투입해 제주~인천 항로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취항 이후 잔고장으로 6차례나 운항 차질을 반복했고, 결국 지난해 4월 운항을 멈췄다. 선사 측은 지난해 11월 선박을 매각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면허도 반납했다.

이후 인천해수청은 후속 사업자를 찾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대략적인 공모 일정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 항로에 안전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국내 선사들은 여객선 운항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이에 운항 공백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해수청은 인천~제주 항로의 사업성을 점검하고 구체적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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